등록 : 2016.03.01 19:29
수정 : 2016.03.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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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97주년 삼일절 기념식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맨왼쪽),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왼쪽 둘째)앞을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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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3·1절 기념사
“진실의 소리 필요”
‘진박 지지’ 논란 표현도
노무현·이명박은 총선 낀 3·1절
선거개입 관련 발언 안해
야 “총선 개입 의도”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야당 심판론’을 꺼냈다. 그것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면전에서였다. 4·13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야당을 심판해달라’고 노골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1일 제97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지금 대내외적인 어려움과 테러위험에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거의 마비돼 있다”며 “이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날까지 8일째 테러방지법안 수정을 요구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고 있는 야당을 ‘걸림돌’로 지목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나라가 어려움에 빠져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항상 국민으로부터 나왔다”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나아가 “우리가 또다시 나라 잃은 서러움과 약소국의 고난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퇴보가 아닌 발전을 위해,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이제 국민들께서 직접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국민들의 직접 심판’을 강조했다.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비롯한 혁신과제들이 기득권과 정치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왜 국민들이 ‘민생구하기 서명운동에 직접 나서야 했는지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 등 그동안 국무회의 등에서 해온 비판을 되풀이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들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는 말로 ‘야당 심판론’과 ‘진박(진실한 친박) 밀어주기’ 논란을 일으킨 뒤 기회 있을 때마다 이같은 발언을 해왔으나, 이번 기념사에서는 야당 비판과 대국민 호소가 훨씬 직선적으로 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총선 개입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희경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역사적 사명 대신에 또다시 ‘네 탓’으로 일관해버렸다”며 “안보와 민생의 위기를 정치권의 탓으로 돌려버린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혐오를 조장해 중도층을 투표 포기하게 만들고, 경제·안보 위기를 자극해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온 통치술”이라고 말했다.
이런 메시지를, 대외 관계와 국민통합을 주된 화두로 삼아온 3·1절 기념사에 담은 점도 이례적이다. 총선(4월)을 낀 해의 3·1절 기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2004년)은 강도높은 대일 메시지에 주력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일 관계 외에 “선진일류국가와 국민통합”(2008년), “양대 선거 공정 관리”(2012년)를 천명했다. 이번처럼 야당 심판론을 내세우진 않았다.
야당 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라는 표현은, 새누리당의 ‘진박-비박’ 내전 와중에 거듭 ‘진박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활용될 수 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런 발언에 그치지 않고, 진박들이 출마한 지역을 직접 방문해서 분위기를 띄우면 경선 판세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흉흉한 얘기가 그치지 않고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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