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야권통합을 공식 제안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대표는 자기 생각 있는 거고
김종인-국민의당 통합파 교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전격적인 ‘야권통합 제안’은 하루 만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나 더민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의당 내부 통합파들과 함께 통합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김종인 대표를 겨냥해 ‘비겁한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안 대표는 안 대표의 생각이 있는 거고 우리는 우리대로 통합의 길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안 대표의 반응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등 통합파에 대해선 신중하게 ‘배려’하는 모습이었지만 안철수 대표에 대해선 가차 없이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가 될 목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했고, 바로 그 목적 때문에 자신의 통합 제안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게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국민의당 통합파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는 “어제 통합을 하자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정확하게 알아야지 그다음에 이걸 어떻게 이끌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위원장이 통합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데 대해선 “3당 하다가 1당 질주를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보면 김한길 위원장이 긍정적 신호를 보였다고 느낀다”고 호응했다. 김 대표는 ‘낡은 진보 청산’을 외치며 국민의당으로 간 옛 비주류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이날 당 뉴파티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말로만 혁신, 말로만 진보라고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김종인 대표의 이런 태도를 ‘안철수 고립작전’으로 풀이한다. 통합 또는 연대하지 않으면 4·13 총선에서 야권이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연대도 통합도 없다’는 안 대표와 이와 의견이 다른 통합파를 갈라치며 더민주의 구심력을 한껏 높이겠다는 것이다. 더민주의 한 비대위원은 “두 당의 통합을 예상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국민의당 인사와 김종인 대표가 접촉과 교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의당 의원 17명 중 14명이 통합을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김 대표가 통합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관련기사 : 안철수, 김종인 야권연대 제안에 “비겁한 정치공작”[관련 영상] 불붙은 ‘사랑과 전쟁’ 총선 편/ 말풍선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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