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친박-비박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총선 이후에도 당을 장악하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김무성 대표 간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뜻을 한 번도 거스른 적 없는 최경환 의원이 ‘진박 인증 투어’에 나서 거침 없는 발언을 ‘피 토하듯’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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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석 자 업은 대구의 진박 후보들, “내가 가장 진실한 사람” 우겨도 판세는 열세…
친박, 진박이 대구를 삼권분립 불모지로 만든 결과는 전국 꼴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
대구 선거판이 어지럽다. ‘진박’(진짜 친박) 때문이다. 이번 4·13 총선은 대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확실하게 영향력을 미치는 마지막 선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를 등에 업고 지역주의에 기대 국회의원을 해보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도 부족해 37년 전 세상을 떠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선거사무소에 걸어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1월21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식당에서 대구에 출마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중남구),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동구갑),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동구을),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구),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북구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달성군) 등이 모였다. 이들은 “대구 발전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앞으로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유명한 대구의 ‘진박 6인 회동’이다. 이들은 ‘진박 어벤저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곽상도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달성군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까지 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 1월11일 갑자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출마 지역을 옮기게 됐다”며 중남구 선거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곽 전 수석이 비켜준 달성군 선거구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1월15일 추경호 전 실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도 원래 대구 북구갑 선거구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8일 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 선거구로 옮겨갔다. 대신 북구갑 선거구에는 지난 1월20일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출마했다. 마치 장기판 같다. ‘박근혜’라는 이름을 업었다고 생각한 ‘진박’들의 배짱이다. 다른 지역이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대구에서는 이렇게 벌어진다.
‘친박’이라는 말이 처음 대구를 휩쓴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치러진 제18대 총선(2008년 4월)이다. 친이계에 의해 친박계의 ‘공천 학살’이 있던 선거였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 일부가 뛰쳐나가 ‘친박연대’라는 이름을 달고 출마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당시 대구 달서구병 선거구에 친박연대로 출마해 당선된 인물이다. 이때는 친박계가 대구 사람들에게 동정을 얻었다. 그래서 ‘친박’이라는 단어에 거부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출현한 ‘진박’을 바라보는 대구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보수적인 대구 사람들은 그런 별난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한 그들에게 동정을 보내줄 리도 만무하다.
이런 대구의 민심은 최근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크게 밀리고 있다. 곽상도 전 수석과 정종섭 전 장관, 윤두현 전 수석도 친유승민계 초선으로 분류되는 김희국·류성걸·김상훈 의원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진박 감별사’, 어디로 가시나이까
‘진박 감별사’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3일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서 열린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로 ‘진박 인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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