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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04 16:23 수정 : 2016.03.04 18:33

“광주는 야권 어느 쪽이 호남의 주도권을 쥐느냐의 문제
노원병은 안철수 의원이 당선될 수도 있는 곳이지만
창원에서 이긴다면 새누리당 의석 하나를 뺏어오는 의미”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경남 창원 지역민들의 손을 잡고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노회찬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지난 2월1일부터 경남 창원 성산구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당의 전략적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4월 총선에서 이곳에 출마한다. 2월24일 만난 그는 “집중적으로 지역을 돌다보니 2년4개월은 지난 것 같다”고 했다. 하루에 명함 5천 장 안팎을 건네며 지역민을 만난다고 한다.

이 지역은 그의 말처럼 “새누리당 지지 흐름이 강하지만 진보정당이 두 번이나 국회의원 재선을 하고 진보정당이 야당의 대표성을 갖는 독특한 곳”이다. 민주노총 가입 노동자가 다니는 공장이 많은 곳이다. 권영길 전 의원이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제17·18대 총선에서 재선을 했다. 제19대 총선에선 진보 후보(당시 통합진보당·진보신당)가 분열돼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겼다. 정의당은 이곳을 탈환해 ‘창원∼거제∼울산’으로 이어지는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동남권 진보정치 복원’을 기대한다. 노 후보는 “진보·개혁의 동토(얼어붙은 땅)에도, 빼앗긴 땅에도 봄은 올 것이다”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그는 2012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됐으나 ‘삼성 엑스파일’ 일부를 입수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떡값 검사’의 이름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2013년 2월 의원직을 잃었다. 2014년 7월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당의 요청으로 창원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창원 출마를 놓고 고민이 컸지만 “당으로선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지역에 당의 에이스를 보내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두산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인 손석형 전 도의원과의 진보 후보 단일화 투표에서 이겨 1차 관문을 넘었다.

매번 다른 지역구… “불행한 일이다”

당의 요청이라 해도 매번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매우 힘들다. 어찌 보면 불행한 일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이사를 다니는 사람은 이사를 다니지 않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나. 여행이라면 낯선 곳에 가는 게 좋을지 몰라도 선거는 익숙한 곳에서 하는 게 더 낫다. ‘선거를 앞두고 여기에 왜 왔느냐’는 상황에 다시 봉착할까봐 걱정했다.

서울(노원병)에서 출마해 이긴다면 그것도 당에 큰 의미가 될 텐데.

당에서 여러 의견이 있었다. 다시 노원으로 가자는 의견, 광주로 오라는 광주시당의 요구, 창원으로 오라는 경남도당의 요구가 있었다. 광주 선거는 야권의 어느 정파가 호남의 주도권을 가져가느냐의 문제다. 노원병 선거는 내가 당선되지 않으면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당선될 수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창원 성산구에서 이기면 정의당의 의석 하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새누리당 의석 하나를 뺏어오는 의미가 있다. 정의당에 성산구는 전략적 가치가 전국 3위 안에 드는 중요한 곳이다. 당의 전략적 요충지라면 승리 가능성이 높은, 당의 에이스를 보내는 게 당연하다.

새누리당의 벽돌을 빼는 승리

성산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릴 것 같다.

둘로 나뉜다. 여당 지지자는 ‘왜 서울에서 내려왔나? 강기윤(이 지역 새누리당 의원) 떨어뜨리려고 왔나?’라며 경계와 거부감을 보인다. 그러면 ‘새누리당 일색의 일당 지배로는 창원 시민의 삶이 좋아지지 않는다, 그것에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야당 지지자는 ‘잘 내려왔다. 그런데 단일화가 안 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간의 선거 경험 가운데 가장 많이 단일화 얘기를 듣는다. 제19대 총선에서 진보 후보 분열로 진 상처가 큰 탓이다.

무소속 손석형 후보와 진보 단일화는 이뤘지만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후보 등과의 야권연대 여부가 남아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 때 창원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은 50%를 조금 넘었지만 (선거구별로는) 창원 지역 의석 5개를 모두 가져갔다. 장기적으론 이렇게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소선거구제)를 개선해야 하지만, 당장은 야권연대를 통해 1~2석이라도 뺏어와야 한다. 현재의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보완하는 야권연대는 그런 의미에서 정당하다. 연대는 성산구 야권 지지층의 실질적 요구여서 더민주가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의당이 조직 노동자들의 지지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진보정치가 실패하고 노동도 침체돼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노동과 진보정치가 생산적으로 만나 진보정치를 재탄생시키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진보 후보 단일화를 위해 민주노총 경남본부 총투표 방식을 수용한 것도 흩어진 힘을 결집해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정의당만으론 어렵기 때문이다.

출마 선언을 하면서 ‘창원에서 야권연대의 모범을 창출해 김해·거제 등 경남 전 지역은 물론 부산·울산으로 (승리의 기운을) 확산시켜 영남권 진보 벨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는데.

창원 성산구에 있는 공장 노동자 가운데 더민주 김경수 후보의 지역구인 김해 장유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 공장에서 노회찬이 당선될 수 있다는 바람이 경남 김해의 김경수 후보에게도 (긍정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영남에서 정의당과 더민주 모두 소수파다. 진보와 개혁 진영의 역할 분담과 연대를 통해 새누리당의 아성에서 새누리당의 벽돌을 빼는 승리는 의미가 크다. 제갈공명이 동남풍의 도움으로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군사를 물리친 것처럼, 이번 총선에서 영남권에서 동남풍을 만들어 정권 교체의 바람을 서울까지 올려보내려고 한다.

원내 제3정당이던 정의당이 국민의당 출현 이후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있다. 당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총선 전략은 무엇인가.

양당(새누리·더민주) 기득권에 대한 비판이 있기 때문에 제3세력의 등장은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이 보수로 쏠려 있어 그 균형을 잡으려면 더민주의 왼쪽에서 제3세력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오른쪽에서 나왔다. 건강한 제3세력이 될 수 없다. 한국 정치를 더 우편향시킬 수 있다. 정의당에 힘을 실어줘야 국민을 골고루 대변할 수 있다. 우리가 동반 성장을 많이 얘기하는데 정치에서도 한쪽으로 쏠리면 동반 성장이 되겠나.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연대에 적극 임하면서 정책 경쟁을 통해 한국 정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진보정당이 총선에서 두 번이나 당선된 곳이긴 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이 지역 유권자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점이다. 변화가 더 좋은 미래를 준다는 확신과 경험이 별로 없는 분들에게 그것을 줘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대통령이 지키지 않은 ‘진박 10대 공약’

최근 새누리당 후보들이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을 하는 것을 본 그는 새누리당 우세 지역에서 ‘진박’을 자처하는 역발상으로 응수하고 있다. 그는 2월25일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이행하지 않는 것들을 자신의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진박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에 당선되면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 업종 보호 특별법 제정, 공정거래 위반에 대해 3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부과를 위한 입법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법을 발의할 때 새누리당 의원들도 공동으로 발의하도록 제안할 것이며, 협력하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반대하는 ‘반박근혜 선언을 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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