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앞줄 왼쪽)과 위원들이 15일 밤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20대 총선 제7차 공천 명단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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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공천 물갈이
탈락 현역 26명 중 친박 단3명
진박 신인들 단수추천…대구에 집중
정종섭·추경호 경선없이 공천확정
마포갑 안대희, 송파을 유영하도
“기준도 원칙도 명분도 상식도 신뢰도 없다. 어떻게도 설명이 안 되는 최악의 공천이다.”
15일 밤의 공천 대학살을 두고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 일관되게 확인된 원칙이 있긴 하다. 비박근혜계엔 중진이든 초선이든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르고, 친박근혜계엔 현역 탈락을 최소화하며, ‘진박’(진실한 친박) 신인들에겐 단수추천으로 사실상 ‘전략공천’을 감행한 것이다.
이날까지 유승민 의원을 제외하고 새누리당의 지역구(전체 253곳) 공천이 마무리된 가운데,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은 모두 26명(비례대표 포함)이다. 이들 가운데 경선 없이 컷오프(공천 배제)된 친박계는 김태환(3선·경북 구미을)·서상기(3선·대구 북을)·윤상현(재선·인천 남을) 의원 3명뿐이다. 자파 희생은 단 3명으로 최소화한 채, 비박계는 거침없이 날렸다.
애초 친박계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황우여(5선·인천 연수갑)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할 구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구 위원장이 지난 14일 언급한 “편한 지역에서 다선을 지낸 분들”에 황 의원도 포함된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공관위는 황 의원에게 ‘인천의 강남’으로 분류되는 연수갑을 떠나 신설된 새누리당 험지인 서구을 지역 출마를 권유했고, 황 의원은 고심 끝에 지역구 이동을 받아들였다. 공관위는 이날 인천 서구을 공천에 ‘경쟁력 우선추천’이라는 명목을 내걸었다.
애초 새누리당 안팎에는 이한구 공관위가 서청원·이인제·정갑윤·홍문종 등 친박계 중진 의원 상당수를 먼저 낙천시킨 뒤 비박계를 대거 탈락시키는 ‘물귀신 작전’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물귀신’은 김태환·서상기·윤상현 3명에 그쳤다. 그나마 윤상현 의원은 공천심사 와중에 터진 “김무성 죽여버려” 같은 막말 파문이라는 돌발 변수가 없었다면 너끈히 공천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진박’ 신인들은 경선도 건너뛰고 단수추천으로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진박 논란의 중심지였던 대구에서 특히 심하다. 동구갑에서 ‘진박’ 정종섭 전 안행부 장관은 류성걸 의원과의 경선을 거치지 않고 단수추천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달성에서도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경선 없이 공천을 확정지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중·남)과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구) 정도만 각각 배영식 전 의원, 김상훈 현 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됐다.
서울에서도 친박계와 가까운 안대희 전 대법관은 서울 마포갑에서 단수추천을 받아, 강승규 전 의원과의 당내 경선을 치를 필요가 없게 됐다. 서울 송파을에서도 9명의 후보자들을 제치고 친박계의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이 공천받았다.
경기에서도 성남 분당갑에서 최경환 의원의 ‘진박 인증’을 받았던 권혁세 전 금감원장이 현역 이종훈 의원을 제치고 단수추천됐다. 분당을에서도 전하진 의원이 친이명박계 임태희 전 의원을 경선 없이 눌러버렸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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