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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6 00:37 수정 : 2016.03.17 09:58

HERI 쟁점진단

4년 사이에 2040세대가 느끼는 불안과 비관적 현실인식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정치참여 의지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가 지난 2월 26~27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2012년과 동일한 방식으로 20대, 30대, 40대 각각 500명씩을 조사해 지난 4년 동안의 변화를 여러 측면에서 비교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5%포인트다.

2040세대 내부의 균질성은 더 커져

왜 하필 2040세대인가? 2040세대와 50대 이상 세대를 가르는 역사적 사건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다. 2030세대는 물론 40대 초중반은 70년대에 태어나 IMF가 터진 이후 사회에 진출한 세대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어렵지 않게 안정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만성적 불안에 노출된 IMF 이후엔 제한된 자리를 놓고 경쟁이 격화되었고, 그 경쟁은 새로 사회에 진출해야 할 청년층에게 집중되었다. 지금의 2040세대들은 이처럼 경험과 생활을 통해 변화를 절감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86세대(60년대에 태어나고 80년대 대학교를 다닌 세대)들의 학습과 이념에 기반한 진보와 차이가 있다.

4년 전에도 2040세대는 ‘변화의 핵’으로 불렸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높고 진보적 색채가 강하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2040세대 내부로 들어가면 이질성도 적지 않았다. 생활진보적 특성이 강한 2030세대와 달리 40대 다수는 이념적 진보에 가까운 86세대였다. 86세대가 대거 빠진 지금의 2040세대는 훨씬 균질해진 셈이다. 이들은 일자리, 주거 등 여러 측면에서 ‘불안’을 공유하며 정책 이슈에 관심이 높아 정치적 선택에서 정책이슈를 고려하는 정책민감도도 높다. 또한 가치지향이나 정치적 태도에서 50대 이상 세대와 구분된다. 2040세대를 한데 묶어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들이 오는 4월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들여다 보는 게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가 ‘우리는 변화에 투표할 것입니다’며 출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0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주요 선거 마다 세대별로 선택이 뚜렷히 갈라졌다. 20대와 30대 등 젊은 층의 야권 지지와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여권 지지가 대립했다. 40대의 선택은 2030세대 쪽으로 약간 기울었다. 노령화로 인해 5060세대의 비중이 과반에 육박하고 2030세대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여야의 지지율이 팽팽했던 이유다.

이번 총선은 어떨까? 2002년 대선에서는 2030세대 비중이 48.5%, 5060세대가 29.3%였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35.8% 대 45.6%로 5060세대 비중이 과반에 육박한다. 40대까지 포함할 때 2040세대 비중이 54.4%로 겨우 과반을 넘는다. 더욱이 중장년층의 높은 투표율을 고려하면 실제 투표에서 2040세대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이기에 이들의 지향하는 가치와 욕망을 들여다는 보는 것은 의미가 적잖다.

정치적 고양기였던 2012년 총선, 세월호의 숙제를 풀어야 할 2016년 총선

2012년은 정치적 고양기였다. 양극화와 불평등이 사회전반에 걸쳐 심화되고 ‘불안’이 시민들의 삶을 옥죄면서 ‘변화’가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연이어 실시되는 총선과 대선이 정치적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로 이어졌다. 당시 ‘안철수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정치적으로 표출된 것이었다. 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 결과에서 드러났듯 보수 기득세력의 벽은 견고했고 변화를 바라는 열망도 꺾였다.

지난 4년 사이에 한국사회에 심화된 불안은 청년문제로 집약되었다. 청년은 더 이상 희망과 도전이 아니라 ‘희망없는 한국사회’를 상징했다. 여기에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를 지탱해온 기본 질서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우리사회가 세월호 이전으로 되돌아가서는 안된다는 근본적 성찰이, 다른 한편에서는 더 심화된 불안 속의 각자도생이 횡행하고 있다. 2012년과 2016년이라는 4년 사이에 2040세대가 겪고 있는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적 지위·학력 등 자신을 지켜낼 자원이 적은 집단일수록 불안감 증폭

조사결과, 4년 전과 비교해 2040세대가 느끼는 불안감은 훨씬 높아졌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안정되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불안’ 응답이 67.4%로 나타나, 4년전(58%) 보다 크게 상승했다. 불안의 정도는 세대에 관계없이 경제적 지위, 학력 등 자신을 지켜낼 자원이 적은 집단일수록 높아졌다.

20대만 따로 떼어 분석해보면, 자신의 삶이 불안정하다는 응답은 경제적 지위가 중상층 이상에서 중하층으로 갈수록 높아졌다(중상층 이상 50%, 중간층 57.4%, 중하층 81%, 빈곤층 75.8%). 30대와 40대에서는 경제적 지위 하락에 따른 불안감 상승이 더 가파르게 나타나 30대 중상층 이상 집단에서는 불안 정도가 13%였으나 빈곤층에서는 96%였고, 40대에서도 중상층 이상 집단에서는 9.5%였으나 빈곤층에서는 대다수인 90%가 불안을 토로했다.

경제적 지위 대신 학력을 넣어 분석해도 양상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30대 대졸이상 학력층에서는 61.5%, 고졸이하 학력층에서는 86.4%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40대에서도 대졸이상 학력층에서는 63.8%, 고졸이하 학력층에서는 69.7%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결과는 불안이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를 가로질러, 모든 빈곤 집단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임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불안이야말로 오는 4월 총선의 ‘화두’이며, 이 불안을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복해갈지, 반대로 과도한 불안이 개인의 생존본능과 공포를 자극하면서 각자도생으로 이어질지, 그 정치적 선택을 해야하는 선거다.

불안의 상승은 미래 희망의 하락을 동반한다. 2012년에는 ‘희망이 크다’는 응답이 68%로 비교적 높았으나 4년만에 43.5%로 대폭 하락했다. 특히 미래 세대인 20대에서는 ‘희망이 크다’ 응답이 4년 사이에 74%에서 48.1%로 꺽였다. 미래에 대한 낙관은 현재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조사 결과가 드러내듯이, 미래 희망이 부재하기에 현재 불안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차원으로 가면 비관이 훨씬 커진다. ‘희망이 있다’ 25.8%, ‘희망이 없다’는 비관이 74.2%에 이른다. 특히 20대 초반, 20대 여성은 각각 84.2%, 83%가 ‘희망이 없다’고 응답할 정도로 비관적이다. 청년들이 국가에 대해 어떤 기대를 걸 수도 없다는 고립감, 절망감이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4년 사이에 한국사회 비관적 인식 급상승

2040세대가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4년 사이에 더 부정적으로 변했다. 특히 공정성에 대해서는 11.8%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88.2%가 ‘한국사회가 노력한 만큼 보상과 인정을 받을 수 없는’ 불공정한 사회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4년 전의 긍정 응답(24.5%)과 비교해도 반토막으로 하락한 셈이다.

우리사회가 패자부활의 기회가 없다는 비관적 인식도 4년전보다 더 커졌다. 한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22.4%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4년 전(35.6%) 보다 하락했다. 특히 20대만 놓고 보면 47.9%에서 23.4%로 거의 절반수준으로 하락했다. 도전과 실패를 통해 성장해야 할 청년들이 한번 실패하면 낙오될 것이라는 불안이 매우 큼을 보여주는 결과다.

부모의 지위에 관계없이 자녀도 계층 상승할 기회가 있는 개방적 사회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긍정 응답은 11.1%로 나타나 4년 전(21.2%) 보다 하락했다. 특히 20대는 8.8%에 그쳤다. 우리사회가 금수저, 흙수저로 회자되는 세습자본주의 사회로 진입했음을 청년들이 냉혹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정치적 관심과 투표의향은 더 높아져

이같은 불안과 비관적 사회인식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관심은 4년 전 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응답이 2012년에는 46.4%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9.9%로 높아졌다. 특히 20대만 놓고 보면 63.6%에 이른다. 20대들의 높은 정치적 관심은 높은 투표참여 의향으로 나타나 20대의 72.2%가 ‘반드시 투표 참여’ 의향을 밝혔다. 30대와 40대에서는 각각 65.6%, 60.5%였다.

이번 총선에서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도 66.6%로 2012년의 63.2%에 견줘 약간 상승했다. 20대만 놓고 보면 4년 만에 65.4%에서 73%로 대폭 상승했다. 무엇이 20대의 정치적 관심과 기대감을 고양시켰을까? 청년 문제가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청년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적 해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22%가 없다고 답변했다. 정치적 관심이 높다해도 이를 표출할 선택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늘 4월 2040세대의 투표율이 어느 수준에 이를지 이를지 주목된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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