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이정아 leej@hani.co.kr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6일 4·13 총선 전망과 관련해 “현재 우리가 가진 의석수(107석)만 확보하면 선전한 걸로 판단한다”며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지나치게 낙관적인 이야길 해선 안 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를 두고 지난 1월 더민주에 합류한 뒤 당무와 선거대책의 전권을 행사해온 김 대표의 ‘진퇴’를 결정하기엔 지나치게 소극적인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대표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당이 정상적인 과정으로 들어간 다음엔 원래 나대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수도권 연대’를 두고는 “지금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국민의당과의 ‘당대당’ 방식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의당과의 연대 역시 “두 당의 정체성이 달라 쉽게 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지역구에서 개별 후보끼리 단일화하는 데 대해선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말해 여지를 열어뒀다.
‘친노(무현) 좌장’으로 꼽히는 이해찬(세종시) 전 총리의 ‘컷오프’(공천배제) 논란에 대해선 “우리 당 전반의 선거 구도를 생각하고 어떤 유권자를 상대로 표를 집중 공략해야 할지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발표 전날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기에 나한테 맡겨놓고 더이상 얘기하지 말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 전 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에 세종시 공천을 위해 여러 사람을 검토중”이라고 거듭 밝혔다.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당내에선 비로소 김 대표의 거침없는 ‘칼질’을 향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넘어 ‘대표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의 공천배제와 관련해 “친노의 좌장을 친다는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대안 없는 컷오프를 했다”고 비판했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김용익(비례) 의원도 <시비에스> 라디오에 출연해 “김 대표가 정청래, 이해찬 의원을 잘랐으면 나도 똑같이 물러날 용의가 있다는 걸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서 15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김 대표가) 극적인 대표직 사퇴와 불출마 선언을 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한편,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에 남아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저녁 자신의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정청래 구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현장을 찾아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일부 지지자들은 “불출마를 재고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_______ [관련 영상] ‘박근혜 왕정’과 ‘상왕식 공천’/ 더 정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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