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7 19:29
수정 : 2016.03.17 22:17
새누리 6명·더민주 5명 쓴잔
휴대전화 개인정보 안드러나
기존 조직동원 맥 못춰
고양시을선 시스템오류 시비도
여야가 4월 총선 후보자 공천을 위해 처음 도입한 ‘안심번호 경선’이 현역 의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조직력이 힘을 못 쓰면서 높은 인지도를 지닌 현역 의원들이 잇따라 탈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까지 진행된 여야 경선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은 안심번호로 진행한 4차 경선까지 6명의 현역의원(박성호·정문헌·안홍준·윤명희·이에리사·문정림)이, 더불어민주당은 5명의 현역의원(유대운·이상직·김우남·박민수·김기준)이 경선에서 탈락했다.
‘안심번호’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임의의 전화번호를 부여하는 제도다. 중앙선관위의 관리 아래 새누리당의 경우 선거구의 지지층, 무당층 각각 1000명씩, 2000명의 응답 결과를, 더민주는 선거구 5만명의 안심번호를 추출해 300명 이상 응답한 경우의 수치를 경선에 활용했다. 모두 자동응답전화(ARS)방식이다.
임의의 전화번호이기 때문에 당연히 경선 후보자들은 응답자 정보를 알 수 없다. 지지자 등 조직 동원을 앞세워 승리하는 방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로 경선 과정에서 조직 동원은 큰 힘을 쓰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7일 경선에서 승리한 더민주 현역의원의 한 보좌관은 “조직동원 자체가 불가능하니 준비가 막막했다”며 “우리 지지자들 중에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아 불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직력이 취약한 정치신인들에게는 현역의 ‘벽’이 조금 낮아진 셈이다.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 조사하기 때문에 안심번호 경선은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들에게 여전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지역구를 다진 후보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기도 했다. 서울 강북을에서 재선의 유대운 더민주 의원을 66.4%대 33.6%로 꺾은 박용진 전 당 대변인은 “평소 지역구민과 꾸준히 접촉을 이어가며 평판을 다져놓은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선투표까지 진행된 더민주 고양시을 경선에서 1차 투표에서 전화를 받지 않은 대상자에게 2차 결선투표에 전화가 가며 불공정 의혹이 제기가 됐다. 10표 차이로 1차투표에서 떨어진 문용식 예비후보는 중앙당에 재심을 요청하고, 통신기록 열람을 위해 17일 검찰에 경선 여론조사 업체를 업무방해죄로 고발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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