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7 21:27
수정 : 2016.03.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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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국민의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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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분열 책임·낮은 당선 가능성
복합적으로 고려한 듯
김한길 국민의당 의원이 17일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야권연대를 요구하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직을 사임한 지 엿새 만이다.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경우 그 책임이 야권분열 원인 제공자 가운데 한 명인 자신에게 쏟아지는 상황과, 더민주가 후보를 공천한 자신의 지역구(서울 광진갑)에서도 야권연대 없이는 당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집권세력의 압승이 불러올 끔찍한 상황을 막아내고, 동시에 우리 당이 수도권에서도 의석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당 차원의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에 스스로 책임을 물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다”고 밝혔다. 애초 김 의원의 참모진이 준비한 회견문에는 선거 연대에 미온적인 야당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김 의원의 지시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야권연대 요구를 거부하는 안철수 대표를 압박하기 위해 상임공동선대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배수진을 쳤으나 안 대표의 태도 변화가 없자, 탈당까지 고려했지만 불출마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쪽 관계자는 “출마를 않겠다는 선언일 뿐, 국민의당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대표를 지낸 더민주에 이어, 창당에 관여한 국민의당까지 탈당할 경우 ‘상습 탈당자’라는 정치적 오명을 피할 수 없다는 부담도 탈당을 주저하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안철수 대표의 ‘연대 불가론’을 되돌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 안 대표는 이날 세종시당 창당대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다”고만 밝혔다.
김 의원은 총선 뒤 야권 재편 과정에 재기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쪽 관계자도 “불출마가 곧 정계 은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18대 총선을 앞둔 2008년 초에도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며 출마를 포기했다가 4년 뒤 총선에서 서울 광진갑에 공천을 받아 정치권에 돌아온 바 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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