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진박 후보’ 줄탈락이 던지는 경고 |
지난 주말 서울 강남과 대구·경북 지역에서 열린 새누리당 경선에서,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이 대거 탈락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새누리당의 초강세 지역이다. 대통령과 친박 세력이 심혈을 기울인 ‘진박 마케팅’이 당원·지지자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징표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는 끝내 ‘태풍의 핵’ 유승민 의원을 공천 배제할 방침이라 한다. 경선 결과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대통령 뜻만 무작정 좇는 무모함이 놀랍다.
서울 서초갑의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혜훈 전 의원에게, 대구 서구의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상훈 의원에게 졌다.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은 경북 상주·군위·청송·의성에서 김종태 의원에게 패했다. 지역 사정이 다른 만큼 경선 패배 이유는 각기 다를 것이다. 그러나 여당의 강세 지역에서 대통령을 등에 업은 후보들이 줄줄이 패배한 건 의미심장하다. 지지자들조차 박근혜 대통령과 이한구 위원장의 비박계 ‘공천 학살’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과 당 공천관리위원회 태도는 전혀 변한 게 없다. 박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선거 기간 동안 정치권과 국회가 아무 일도 못 하고 오직 각자의 정치만 한다면, 그만큼 잃어버린 시간이 될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치만이 나라를 살린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국회 심판론’인 동시에 여당 지지자들에겐 ‘대통령을 돕는 정치인을 밀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피바람 나는 보복 공천을 불러오고 진박 후보들에 대한 노골적 지원으로 나타나, 결국 여당의 ‘공천 파행’으로 귀결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는 보다시피 유력한 진박 후보들의 경선 탈락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정치적 욕심을 굽히지 않는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는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을 끝내 컷오프 시키려 한다. 공당이 아니라 사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원·지지자의 마음을 외면하면서 4월 총선에서 무슨 염치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지 궁금하다. 민심에 역행한 정당의 말로를 끝내 눈으로 확인해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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