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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청소년 청년 선거운동본부인 하루살이 출범식이 열린 3월6일 오전 서울 창천동 신촌 나무무대에서 녹색당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뒤로 재활용품을 모으는 한 시민이 열심히 종이상자를 모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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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선거법, 이 조항은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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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청소년 청년 선거운동본부인 하루살이 출범식이 열린 3월6일 오전 서울 창천동 신촌 나무무대에서 녹색당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뒤로 재활용품을 모으는 한 시민이 열심히 종이상자를 모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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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은 정말 복잡합니다. 웬만큼 공부해도 법 지키기 쉽지 않죠. 규제 위주로 발달한 선거법은 정치 신인과 신생 정당의 발목을 잡습니다. 이름을 알려야 하는데, 규제 투성이니 답답한 마음이 더 하겠죠. 녹색당은 신생정당 중에서도 헌법을 무기 삼아 선거법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소수정당입니다. 소수자의 감성에 걸려든 선거법의 문제적 조항들은 뭘까요?
1.만19살 미만 청소년은 정당 가입하지 마
⊙ 선거법 15조 1항: 19살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다.
⊙ 정당법 22조 1항: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는 누구든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
지난 20일 녹색당은 청소년단체들과 함께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한국은 오이시디(OECD) 34개국 중 선거권 연령이 만 19살인 유일한 국가다. 정당가입의 조건도 ‘선거권이 있는 자’로 정해 놓아서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정치는 특정한 나이 어떤 조건을 갖춘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처한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나라에서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힘들다.”
2.1인2표제 안내하지 마
⊙선거법 90조 1항: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명시된 시설물 설치를 금한다. 다만 정당의 통상 활동은 가능하다
녹색당은 올해 3월부터 “투표용지는 두 장입니다. 정당투표는 최선에 던지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선관위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으로 간주해 철거를 명했다. 녹색당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홍보하려는 게 아니라 정당투표 제도를 알리는 것이다. 정당의 통상활동”이라고 항변한다. 선관위가 할 일을 녹색당이 대신 해주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문구 옆에 ‘녹색당’이라는 이름이 크게 쓰여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봤을 때 특정정당에 투표하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3. 글 쓰지 마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8조: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후보자 명의 기고를 보도해선 안된다.
하승수 녹색당 후보(서울 종로)는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녹색의 눈’과 ‘선거의 속살’이라는 제목의 연재를 해 왔다. 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지난 1월29일께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하 후보의 글을 싣지 말라’고 통보했다. 하 후보는 지난달 2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녹색당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법률로만 제한할 수 있는데,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인터넷보도심의위원회가 만든 훈령에 불과하다. 훈령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4. 후보 등록하려면 1500만원 내
⊙선거법 56조 1항: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등록을 신청하는 자는 1500만원을 선관위에 납부해야 한다.
기탁금제도는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가난한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녹색당은 지난해 12월14일 “이번에 선출한 비례대표 후보 5명에 대한 기탁금만 7500만원에 달한다.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중에는 만 24살, 25살 청년도 포함돼있다. 당 차원에서 모금을 해서 내고 나면 선거운동에 쓸 자금이 부족해진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녹색당은 “기탁금 납부제도가 없는 나라들이 많고, 기탁금 제도가 있더라도 액수는 미미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및 오스트리아는 금액이 100만원 미만의 소액이다”고 설명했다. 녹색당이 지난해 5월 당 대표단 등의 명의로 헌법소원을 이미 제기했다. 비례대표 후보 명의로 추가 제기한 것이다.
5.비례대표 후보는 마이크 쓰지 마
⊙선거법 79조 1항: 후보자(비례대표 국회의원후보자는 제외)는 선거운동기간에 소속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 홍보를 위해 공개장소에서 연설·대담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에 대해선 지난해 1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녹색당은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투표에 각각 1표를 행사하게 되어 있는데도 비례대표 후보는 독자적인 유세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놨다. 이 때문에 2012년 총선 때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들은 마이크를 쓰지 못하고 육성으로 연설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정당의 비례대표후보가 마이크도 쓰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지역구 후보는 지역에서 유권자를 만날 필요가 있지만 비례대표 후보자는 전국 유권자를 상대로 정당의 정책 등을 홍보하라는 취지”라며 “굳이 지역에서 연설하고 싶다면 지역구 후보의 연설원으로 등록해서 연설원 자격으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6. 기호는 의석 순대로 부여한다
⊙선거법 150조 5항 1호: 국회에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의 후보자 게재순위는 국회 다수의석 순에 따른다.
녹색당 이 조항에 대해 2013년 1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합헌 판결이 났지만 기호 제도 폐지는 여전히 당론이다. 녹색당은 “기호제도는 1,2등을 1,2번으로 지정해 이들을 다시 1,2등으로 만드는 제도다. 추첨을 통해 투표용지 게재 순서를 정하거나, 여러 버전의 투표용지를 제작하거나, 위아래 없는 원형 투표용지를 도입하는 방법 등 여러 대안이 있다”고 말한다.
헌재는 1996년 “무소속 후보자 등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여 차별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제도의 존재의의 등에 비춰 목적이 정당하다”며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7. 호별 방문하지 마
⊙선거법 106조 1항: 선거기간 중 입당 권유를 위해 호별 방문할 수 없다.
⊙3항: 선거기간 중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을 알리기 위해 호별 방문할 수 없다.
녹색당은 호별방문이 가장 돈 안 드는 선거운동방식이라고 주장한다. 녹색당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선거운동이다. 돈이 적게 들어 추천되기도 한다. 반면 돈이 들어가는 대형 유세차량에 대해서는 선거비용까지 보전해준다. 호별방문이 금지돼 있어도 음성적인 금품 살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호별방문 금지는 돈 안 쓰는 선거운동을 하려고 하는 후보자들에게 족쇄로 작용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8. 비례대표 공천절차 법제화하자
⊙선거법 47조 2항: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
하승수 녹색당 후보(서울 종로)는 3월21일 아침 청와대 앞 피케팅을 통해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절차를 법제화하자고 주장했다. 국고보조금을 받는데도 정당의 후보 공천절차가 굉장히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하 후보는 “독일의 경우 지역구 후보와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 선출 절차가 선거법에 규정돼있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이 선거법과 계속 싸우는 건 몇 번의 성공경험 덕분이기도 할 겁니다.
1. 이름 되찾기 성공
⊙정당법 44조 1항 3호: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해 득표율 2%에 미달할 경우 선관위는 정당 등록을 취소한다.
2012년 3월 창당한 녹색당은 그해 4월 총선에서 득표을 2%에 미달해 정당등록이 취소됐다. ‘녹색당’ 당명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녹색당은 그해 5월 행정법원에 정당등록취소처분 취소소송을 걸고, 명칭사용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14년 1월 헌재는 해당 정당법 조항을 위헌 결정했다.
2.정당후원금제도 부활
⊙정치자금법 6조: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주체에 정당은 제외.
헌재는 지난해 12월 정당 후원금 금지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당이 당원 내지 후원자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것은 정당의 조직과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필수적인 요소이자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라는 이유에서다. 개정 시한은 2017년 6월30일까지다. 정치자금법 6조는 국회의원과 각종 선거 후보자 등 정치인 개인은 후원회를 두고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정당은 기부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녹색당이 제기한 소송은 아니지만 녹색당도 오래전부터 정당후원금제 부활을 주장해왔다. 녹색당은 “그동안 당원이 아닌 지지자들로부터 ‘후원을 하고 싶다’는 문의를 받을 때마다 ‘당원으로 가입하시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답변드리며 애를 태워야 했다. 후원금 납부는 정당을 도울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만시지탄이지만 헌재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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