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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23 19:38 수정 : 2016.03.23 19:52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 파문이 23일 가까스로 봉합됐다. 대표직 사퇴의 배수진을 치고 맞섰던 김종인 대표가 대표직 유지 의사를 밝힘으로써 당은 일단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번 파동을 통해 더민주가 받은 상처는 만만치 않다. 당의 체질이 얼마나 허약한지도 확연히 드러났다.

이번 파동은 근본적으로 ‘구원투수 리더십’에 의존하는 조직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상대권’이 통치하는 조직에서 합의나 설득, 시스템에 의한 운영 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상대권을 손에 쥔 김 대표는 ‘계몽군주’라는 별명이 상징하듯 강력한 리더십으로 짧은 시간 안에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으나 전제군주적 리더십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계몽군주는 ‘퇴위’라는 강력한 무기로 당내 반발을 일거에 잠재웠다.

더민주는 이번 비례대표 파문을 수습함으로써 총선까지는 순항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이번 파동의 직접적 계기는 비례대표 의원 공천 문제이지만 갈등의 밑바탕에는 당의 정체성, 이념, 철학을 둘러싼 시각 차이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대표는 대표직 잔류를 선언하면서도 “일부 세력의 정체성 논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는 등의 말을 했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잠복했던 갈등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더민주가 이번 비례대표 파동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당의 장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김 대표는 ‘비상대권’으로 당을 이끌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더민주 구성원들이 그의 사퇴 으름장에 무릎을 꿇은 것은 당장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그의 사퇴가 가져올 치명적 결과를 우려한 결과일 뿐 그의 리더십 전체에 승복한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당을 제대로 이끄는 길은 힘들더라도 대화와 설득, 합의의 과정 속에서 찾아야 하며 ‘배수진 정치’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김 대표가 깨달았으면 한다. 이른바 구주류도 김 대표 체제 아래서 당이 짧은 시간 안에 안정을 찾은 의미를 제대로 짚고 당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런 성찰이 없으면 더민주에는 미래가 없다. 당에 잠복한 불씨를 갈등의 불씨가 아닌 새로운 도약을 향한 희망의 불씨로 삼기 위한 더민주 구성원들의 배전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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