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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24 00:21 수정 : 2016.03.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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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시비는 쫓아내기 위한 핑계
진박·비박 편가르기만 있어”
“작년 국회 대표연설문 등
당 정강정책에 어긋나지 않아”
박대통령 ‘배신의 정치’ 비판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나아가겠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3선·대구 동을)이 23일 밤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서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하겠다”며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이어온 12년의 질긴 인연을 완전히 끊어냈다. 그의 무소속 출마 선언 직후 대구 선거사무소는 박수와 ‘유승민’ 연호 소리로 가득 찼다.

유 의원은 “2011년 전당대회 출마 선언, 작년 4월 국회 대표연설을 다시 읽어봤다.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노선과 가치가 옳았다고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전폭지원 속에 2011년 7월 전당대회에 처음 출마했던 유 의원은 무상급식·보육 수용, 법인세·소득세 등 감세정책 철회,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용감한 개혁’, ‘염치있는 보수’를 내걸고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원내대표 자격으로 한 ‘따뜻한 보수’ 연설은 당 정체성 위배라며 공천배제의 빌미가 됐다.

23일 밤 유승민 의원이 탈당 및 무소속 출마 회견을 하기에 앞서 대구 동구 유 의원 선거사무소에 새누리당 상징색인 붉은색 대신 흰색 바탕에 ‘새누리당’ 글자와 로고가 빠진 현수막이 걸렸다. 대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07년 8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하자 ‘자폐’를 선언할 정도로 ‘뼈박’(뼛속까지 친박)이었고, 2011년 7월 박 대통령의 지원 속에 전당대회 2위에 오른 뒤, 그해 말 최고위원직 사퇴로 총·대선을 위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교두보를 마련한 그였다. 유 의원은 ‘박근혜’ 이름 석 자로 ‘정치적 진공상태’가 되곤 하는 대구라는 도시에서 홀로서기를 위한 정치적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 대구 대구 동을에서 3선을 한 유 의원에게도 무소속 출마는 정치적 명운을 건 승부일 수밖에 없다. 한국갤럽이 조사(15~17일)한 대구·경북지역 박 대통령 지지율은 57%로, 전국 평균(40%)보다 높다. 이 지역 새누리당 지지율은 70%에 이른다. 최근 대구에서 공천배제된 후보가 출마해 당선된 것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박 대통령 이름을 들고나온 ‘친박무소속연대’ 정도다.

이를 잘 아는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라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은 청와대와 친박계의 ‘찍어내기 1년’에 그대로 주저앉을 경우 정치인으로서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학살에서 혼자 살아남아 ‘정치적 유배’를 당했던 이재오 의원의 전철을 밟더라도 원내에서 뒷날을 도모하는 게 낫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깔려 있다.

20일 뒤 4·13 총선은 유 의원의 정치인생의 결정적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대척점에 섰던 유 의원이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면 정치적 재기를 위한 단단한 디딤돌을 마련하게 된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군에 이름을 올리고, 여야 피케이(PK) 후보들이 주도하는 대선판에 실망한 티케이(TK) 유권자들의 기대도 받아올 수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질 경우 정치적 앞날은 매우 불투명해진다.

대구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유 의원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쉽게 꺾일 것 같지는 않은데, 다만 지역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걱정”이라고 했다. ‘보수 개혁’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의 의지가, 새누리당 지지세가 절대적인 대구 유권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파고들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대구에 기반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공천이 되는 순간 정당투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잘려서는 안 된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 판단과, 막상 무소속 후보로 나타났을 때의 판단이 달라지게 된다”고 했다.

■ 서울·수도권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친박계가 주도한 대구발 유승민 몰아내기 후폭풍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어진 비교적 깊은 기압골을 따라 총선 당일까지 불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부사장은 “총선까지 워낙 변수가 많지만, 유 의원 지지 여부를 떠나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복합적으로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수도권의 이완된 여권 성향 보수층의 결집을 강화해야 할 시점인데, 오히려 새누리당 지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 파동은 수습 국면인 반면, 유승민 컷오프는 결정 과정이 길어지며 사람들의 관심이 워낙 커졌다. 인물 경쟁력보다 정당에 대한 평가가 주로 작용하는 수도권에서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대구/서보미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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