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선거법을 어기면서까지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를 비례대표 앞순위로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민주는 23일 발표한 최종 비례대표 명단에서 이수혁 후보에게 15번을 부여했다. 공직선거법 47조 3항을 보면 “후보자 중 100분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그 후보자 명부 순위의 매 홀수에는 여성을 추천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성의 국회 진출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5년 도입된 조항이다. 법대로 하면 홀수 번호인 15번엔 여성을 배치해야 한다.
더민주가 법 조항을 무시한 채 이수혁 후보를 무리하게 15번에 끼워넣은 이유는 그를 당선권에 포함시키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더민주의 비례대표 안정권은 15번까지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후보를 15위에 올리면서 여성이자 청년몫인 정은혜 전 더민주 상근부대변인은 16번으로 밀려났다.
이수혁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지만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김종인 대표가 지난 19일 내놓은 비례대표 배치안에서 이 후보는 비(B)그룹(11~20번)에 배정돼 있었으나, 이에 반발해 열린 당 중앙위원회 투표에선 3위에 올랐다. 이를 김 대표와 다시 조율하면서 15번에 배정한 것이다.
더민주가 법을 어겼지만 이에 대한 제재·처벌 조항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실은 “위반이지만 등록무효 등 별다른 제재 규정이 없어 제출하는대로 등록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1야당으로서 법을 위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 이름을 부끄럽게 만든 반민주 행위. 수십년 여성계가 눈물로 쌓아올린 작은 권리마저 걷어찬 행위”라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여성 후보가 홀수에 배치되는 게 맞지만 필요에 따라 남성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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