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정치BAR(polibar.co.kr) 바텐더 김원철입니다. (‘정치BAR가 뭐지?’ 하는 분은 안 계시겠죠?) 정치의 계절을 맞아 또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선거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서부활극과 궁중사극을 넘나들던 여야의 파란만장 공천이 마무리되고 공식 후보등록도 끝났어요. 이제 3월31일부터 2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됩니다. 후보들은 선거법이 허용한 운동방식을 택해 최대한 자신을 효과적으로 알려야 하죠. 정치 신인과 신생 정당에 이런 ‘홍보’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하지 마라’ 위주로 발달한 선거법이 이들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소수자들이 꼽은 선거법의 문제 조항들을 살펴볼까요? 4·13 총선 후보자들의 기호는 소속 정당의 국회 의석수에 따라 정해집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후보는 전국 어디서나 1, 2, 3, 4번을 달고 나와요. 같은 후보인데 누구는 1번, 누구는 4번인 거죠. 숫자에 불과한데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관련 연구를 보면(‘2014년 기초의회 의원 선거의 기호효과 분석’, 한국정당학회보, 2014), ‘가’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기호 후보에 비해 평균 득표율과 당선율이 각각 16%, 13% 높았다고 하네요. 늘 그래왔던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역대 대통령 중 기호 6번 후보자였던 자가 있습니다. 1967년 제6대 대선에서 승리한 박정희 대통령입니다. 그때는 추첨으로 기호를 뽑았거든요. 1969년 선거법이 개정됐고 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제7대 대선 때는 기호 1번을 달고 나옵니다. 소수 정당들은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예전처럼 추첨으로 돌아가거나 여러 버전의 투표용지를 제작하자고 하죠. 룰렛판처럼 위아래가 없는 원형 투표용지도 제안하고 있어요. 실제로 2013년 10월 교육감 선거에 한해 투표용지를 원형으로 바꾸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어요. 그러나 ‘투표지 분류기 사용이 불가능해 선거관리 비용이 늘어난다’는 등의 이유로 무산됐어요. 또다른 조항을 볼까요? 선거법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는 공개장소에서 연설을 못한다’는 규정도 있어요. 이 때문에 2012년 총선 당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거리 연설을 해야 했어요. 선관위는 “지역구 후보자는 지역 유권자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고, 비례대표 후보자는 전국 유권자를 상대로 정당의 정책 등을 홍보하라는 취지다. 굳이 지역에서 연설하고 싶다면 지역구 후보자의 연설원으로 등록해서 연설원 자격으로 연설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소수 정당은 일부 선거구에만 지역구 후보를 냅니다. 녹색당의 경우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5곳에 후보를 냈어요. 김현 녹색당 조직2본부장은 “비례대표는 전국을 돌며 정당의 정책과 정강을 알리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지역구 후보를 내지 못한 지역에서는 연설원으로 등록을 못해 육성 연설을 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자도 자신과 정당을 알려야 하는 ‘후보자’다. 마이크 사용 차별은 비합리적이다”라고 설명합니다. 기탁금도 소수 정당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제도로 꼽힙니다. 선관위는 ‘후보 난립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에게 1500만원을 받습니다. 당선되거나 유효투표수의 15%를 얻으면 전액을, 10% 이상을 얻으면 절반을 돌려줍니다. 하지만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 일단 1500만원이 필요하다’는 건 가난한 이들이나 소수 정당한텐 큰 장벽입니다. 기탁금 제도가 없는 나라도 많습니다. 제도가 있다 해도 100만원 정도의 소액인 경우가 대다수죠.
김원철 정치에디터석 정치팀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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