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판은 전체적으로 ‘1여 다야’로 짜였지만, 새누리당은 영남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다여’ 구도 안에서 내전을 벌여야 한다. ‘비박 학살’ 또는 ‘친박 희생양’ 공천에 반발한 전·현직 의원들이 줄줄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와 양보할 수 없는 대결에 나섰기 때문이다.
■ 손잡은 대구 탈당파 새누리당 후보와 탈당 전·현직 의원 등 무소속이 맞붙어 ‘여권 내전’을 펴는 곳은 서울의 마포갑(안대희-강승규), 대구의 수성을(이인선-주호영) 등 13곳이다.(표)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대구의 ‘금호강 벨트’ 내전이다. 김무성 대표의 무공천 관철로 새누리당 후보 없이 사실상 ‘무혈 당선’을 눈앞에 둔 유승민 의원의 동구을과, 유승민계 무소속인 류성걸·권은희 의원의 동갑·북갑, 그리고 비박계 무소속인 구성재 후보가 나선 달성이 모두 금호강을 끼고 있다. 류·권 의원과 구 후보는 각각 새누리당 정종섭·정태옥·추경호 후보와 대결한다.
이곳에서 유 의원을 중심축으로 한 ‘비박 연대’는 이미 시작됐다. 유 의원은 27일 오후 대구 동구의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자신을 지지하는 에스엔에스(SNS) 파워유저들의 오프라인 모임에 류성걸·권은희 의원과 함께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이들 3명은 ‘대구의 힘, 대구의 미래’ 등 선거 슬로건과 흰색 유니폼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유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류·권 의원 지지 유세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대구 달성에서 ‘진박’(진실한 친박) 추경호 새누리당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여온 구성재 후보에게도 유 의원이 힘을 실어줄지 주목된다.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던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게도 유 의원이 지원유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아깝게 공천에 탈락한 뜻있는 후보들에게 도움이 될 방안이 무엇인지 유 의원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진박·친박 “대구 정체성 흔들려” 대구 무소속 출마 3인이 손을 잡은 시간, 공천을 받은 대구 지역구 후보자 11명도 수성구 대구시당에 모여 선거대책회의를 열었다. 김무성 대표의 옥새투쟁으로 공천장을 눈앞에서 놓칠 뻔했던 정종섭 후보(동갑)는 “대구 선거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탈당 무소속 출마자들을 겨냥했다. 그는 “19대 국회에서 대구 의원들이 못했다는 게 명확한 것 아닌가. 새누리당 후보라면 정체성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철학이 당과 맞지 않으면 나가는 거고, 야당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3선이 유력한 조원진 의원(달서병)은 “그저께(25일) 대구의 자존심이 짓밟혔다”며 동을의 이재만 후보가 무공천된 사실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심장인 대구가 흔들리면 대한민국 정체성이 흔들린다.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여러 세력에 대구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했다.
■ “복당 안 돼…대통령 사진 걸지 말라”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는 무소속 후보들의 총선 뒤 복당에 대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방송>의 ‘이슈를 말한다’에 출연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신 분들이 복당해서 새누리당에 온다는 것은 안 된다. 당헌·당규가 그렇게 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원 원내대표는 비박계 이재오·유승민 의원과 친박계 윤상현 의원 모두에 대해 “다 (복당) 어렵다”고 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대구시당 후보자 선거대책회의에서 “대구 후보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하고 있는데, 원내대표도 분명히 말했지만 20대 국회에서 복당은 없다. (탈당한 이들이) 사무실에 대통령 사진을 거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이재오·유승민 의원 지역구에 무공천을 관철시킨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탈당 무소속 후보의 복당 문제를 묻자 “아직 그런 것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해, 원 원내대표보다는 여지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 고위 관계자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있는데 당 지도부가 총선 앞두고 ‘무소속도 당선되면 복당시켜 주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과거에도 김무성·유기준 의원 등 탈당 후보들은 총선 뒤 복당했다. 이번에도 총선 뒤 새로 꾸려질 지도부를 친박계와 비박계 가운데 어느 쪽이 장악하느냐에 따라 유 의원 등의 복당 여부와 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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