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정 유권자입니다. 필리버스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정의당에서 존재감이 뚜렷한 박원석 후보와 재선에 도전하는 의정, 지역구 활동 나무랄 데 없는 더민주 박광온 후보 중 누굴 고를지 고민입니다. 이 두 분 단일화하지 않으면 여권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구요. 단일화나 연대 가능성은 있을까요?”
‘분열된’ 지역구의 야권 지지자는 속이 탄다. <한겨레> 정치전문 사이트 ‘정치BAR’가 운영하고 있는 ‘총선 상담소’에 올라온 이 글에서는 ‘복잡한 선택지’를 받아든 야권 지지 유권자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다.
경기 수원정은 2014년 7·30 재보궐선거 때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긴 곳이다. 당시 이곳에 출마했던 정의당 천호선 후보는 사퇴했다.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서울 동작을)의 사퇴에 화답하는 형식이었다. 수원정의 야권 단일후보가 된 박광온 새정치연합 후보는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곳의 야권 지지자들은 ‘단일화’로 인한 승리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번에 경기 수원정 지역구에는 국민의당 후보(김명수)도 출마했다. 현역의원인 박광온·박원석 후보가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국민의당과의 2단계 단일화가 남아 있는 셈이다. 야권 지지자들의 열망은 높지만 유의미한 야권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기까지는 ‘산 넘고 물 건너야’ 한다.
신기남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출마한 서울 강서갑은 극단적인 야권분열 지역구다. 금태섭(더민주), 김영근(국민의당), 백철(무소속)까지 야권 후보는 모두 4명이지만 새누리당에서는 18대 의원이었던 친박계 구상찬 후보가 일찌감치 공천을 받았다.
20년 동안 야권 후보를 찍었다는 정아무개(41)씨는 “국민의당과 더민주 모두 갈라져 싸우는 게 보기 싫다. 양쪽 사이에서 갈등하느니 여러번 선거에 나왔던 무소속 후보를 동정심 차원에서 찍는 게 마음 편할 정도”라고 말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보는 야권 지지자들은 야권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8~29일 전국 성인남녀 10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0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 지지 또는 무당층 응답자 중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5.7%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84.5%)과 정의당 지지층(81.7%)에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도 찬성(44.9%)과 반대(49.3%)가 엇비슷했다.
투표소를 찾겠다는 야권 지지자들의 고민은 깊다. 다야 구도에서 지역구와 정당 투표를 어떻게 조합해야 효용을 극대화할지 등 어느 총선 때보다 계산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총선 상담소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제 소중한 한 표를 누구에게 줘야 할지 고민돼요. 원래 2번이었는데 제1야당 감성 소멸되는 요즘 매력적인 정책·공약도 없고, 4번 기본소득 300 공약 ‘좋아요’인데 정권교체 이뤄야 하는 시기에 표가 나뉘게 되나.”
“정말 응원하고 싶은 정당은 저번 총선 때도 그렇고 비례대표 확보할 만큼 표를 모으기 쉽지 않은 곳 같아요. 그렇다면 비슷한 성향의 두번째로 좋아하는 정당에 투표해야 하는지 아님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걸까요?”
혼돈의 시기에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밑으로부터 국민의 힘에 의한 기층 단일화’를 제안했다. 민 의원은 “에스엔에스와 구전 홍보를 통해 수도권에서는 이길 수 있거나 이기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며 “내일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을 맞이하여 국민의 힘으로 대중의 힘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달라고 호소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길 수 있거나 이기는 후보’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1여(홍장표)-2야(김영환·김철민) 구도인 경기 안산 상록을 지역구에 거주하는 박준호(29)씨는 “야당 후보 간 단일화를 못 할 것 같다. 둘 중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투표할 마음이 안 든다”고 말했다.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 ‘다야’ 지역구에서 야당 지지층의 선택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도 이번 총선의 주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김태규 이유주현 김원철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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