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03 19:34
수정 : 2016.04.03 19:34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운데)가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시장에서 이 지역에 출마한 허동준 후보(왼쪽)와 함께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김, 연일 “선거 올바르게 못가”
문 “어디든 가겠다” 격전지 지원
서울 지역을 포함해 사실상 전국적인 선거 지원에 나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김종인 대표가 “자중해야 한다”며 견제에 나섰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두 사람이 엇박자를 내면서 당내에선 ‘어디 하나 믿을 데가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김 대표는 3일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라는 것은 선거를 끌고가는 주체가 알아서 관리해야지, 옆에서 다른 사람이 하다보면 선거의 방향이 올바르게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이날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오가는 서울 동작을·중성동을 등의 지역에서 지원 유세를 펼치며 ‘후방 지원’을 넘어선 광폭 행보를 보이자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호남 유세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거듭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는 “광주 출마자들이 요청하면 (문 전 대표가) 올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으로 봤을 때 과연 요청할 사람이 있겠느냐 하는 것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2일 광주 집중유세에서도 김 대표는 “야당 분열의 핵심인물들은 자중해야 한다”며 “그러고 다니니까 호남 (민심이) 더 나빠진다”고 말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의 가시돋친 지적에 난색을 비치면서도 물러섬 없이 선거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이 김종인 대표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김종인 대표께서 우리당을 안정시키고 확장하는 것은 잘해주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것만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제가 선거운동 지원을 다니면 호남 유권자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며 “호남 뿐 아니라 어느 지역이든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덧붙였다. 광주 북갑의 정준호 후보가 공개서한을 내어 문 전 대표의 대선 출마 포기 선언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본인의 선거용 발언으로 이해한다”고 일축했다.
선거운동을 두고 연일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긴장을 빚는 것과 관련해 당내에선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양쪽의 판단은 이해하지만 김 대표는 대표로서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고 문 전 대표도 ‘마이웨이’로 나서고 있다”며 “누구 하나 믿을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