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03 19:36
수정 : 2016.04.03 22:22
속도 못내는 단일화 논의
일부지역 경선 방식 등 논의 물꼬
‘다시민주주의포럼’에 중재 요청
성북을선 후보들 이견에 중단 상태
더민주 지도부, 성의 안보인채 ‘말로만’
국민의당선 수세적 입장에 ‘소극적’
4·13 총선 투표용지 인쇄 시작일을 하루 앞둔 3일, 야권에선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고 이에 응답하는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그만큼 단일화의 필요성이 급박하다는 방증이나, 정작 단일화 작업은 좀체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한 이지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호준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 “후보자간 이해득실을 떠나 좀더 객관적이고 수용 가능한 단일화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를 통한 단일화 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곧 정호준 후보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의 제안을 환영한다. 국민의당이 가진 (단일화에 대한) 기본 틀을 지키려 하겠지만 단일화를 위해 최대한 조정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사회정치 원로들의 모임인 ‘다시민주주의포럼’에 단일화 방식을 중재해달라고 의뢰할 예정이다.
서울 은평갑에 출마한 박주민 더민주 후보도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은평에서부터 함께 희망의 스크럼을 만들어갈 것을 제안한다”며 김신호(국민의당), 최승현(노동당) 후보에 단일화를 제안했다. 은평을에 출마한 김제남 정의당 후보에게 여론조사 경선을 제안했던 강병원 더민주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의 득표율에 20%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추가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동작을에선 허동준 더민주 후보와 김종철 정의당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고, 여기에 장진영 국민의당 후보가 참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허 후보와 김 후보는 여론조사 경선을, 장 후보는 지역의 교수들로 구성된 배심원단 평가로 단일후보를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 서울 성북을에서 그동안 김인원(국민의당), 박창완(정의당) 후보와 물밑 단일화 논의를 해온 기동민 더민주 후보는 지난 2일 공개 편지를 보내 단일화를 촉구했다. 기 후보는 지난달 성북을 공천을 받은 직후부터 두 후보에 단일화를 제안해왔는데 국민의당 쪽에선 부정적인 뜻을 표했고, 정의당과는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이견이 있어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처럼 더민주를 중심으로 여러 후보들이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성과는 불투명하다. 다시민주주의포럼의 양춘승 대변인은 “강서병의 한정애 더민주 후보와 김성호 국민의당 후보는 단일화 합의문에 서명도 했지만 국민의당 중앙당에서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방향을 트는 바람에 결렬됐다”며 “현재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거나 진행중인 지역구 역시 당 사이에 이견이 커서 단일후보를 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일단 국민의당이 단일화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야권연대보다는 ‘호남 바람’의 수도권 확산에 남은 기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상대적 지지율 약세로 국민의당 후보 다수가 ‘양보’의 입장에 놓이는 상황도 국민의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에 소극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후보들의 개별적 사정도 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새로 도전했는데도 10%씩 지지율이 나오는 수도권 후보들이 있다. 조금 더 노력하면 15% 달성시 선거비용 보전까지 되는데 경제적인 면에서나 명분에서나 (단일화)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오히려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 ‘거부’라는 당 입장을 분명히 밝힌 점이 당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더민주는 ‘입’으로만 야권연대를 촉구할 뿐 실제론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야권통합론을 꺼내며 국민의당을 자극했고, 국민의당에 쓴소리를 퍼부으며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 단일화 분위기를 냉각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유주현 송경화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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