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04 20:04
수정 : 2016.04.04 20:06
4·13 총선 르포 광주 서을
야권통합 영향 받는 핵심 선거구
5선 천정배·신인 양향자 2강 구도
양 후보가 지지율 격차 좁힐지 관건
정의당 강은미·새누리 김연욱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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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의 추이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천정배 국민의 당 공동대표가 출마한 광주서을은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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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렁께요. 이번엔 당을 보고 찍으려고요.”
지난 3일 오후 2시께 광주시 서구 풍암동 풍암호수에서 휴대전화로 벚꽃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던 송태율(57)씨 부부에게 “총선 민심이 궁금하다”며 말을 붙였다. “이번 총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하실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스스럼없이 “개혁 여지가 있는 국민의당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풍암호수 둘레길 밖 휴식공간에 설치된 그네에 앉아 있던 김아무개(71·여)씨 부부는 6선에 도전하는 천정배(왼쪽 사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정치 신인 양향자(오른쪽)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신차(양향자)가 괜찮아 보이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타던 차(천정배)가 더 낫지 않을까?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천정배 당신이 나가서 한번 더 뛰어보라’고 하고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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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의 추이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양향자 더민주 후보가 출마한 광주서을은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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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난 30~40대 시민들의 생각은 약간 달랐다. 오후 3시께 제법 굵어진 빗발을 피해 등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있던 정기원(42)씨는 “국민의당이 야권 분열이나 시키는 것 같다. 별로 한 것도 없고…”라고 말했다. 그는 천 후보에 대해서도 “이번에 보니 똑같은 정치인이더라. 입지전적 노력파인 양향자 후보에게 더 호감이 간다”고 덧붙였다. 호수 옆 주말농장에 나온 김광옥(36)씨는 “천정배 장관이 아무래도 익숙하지만, 지금은 (누굴 찍을지) 긴가민가하고 있다. 더민주가 정권교체를 하려면 힘을 더 가져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광주서을은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매우 큰 곳이다. 단 한 석의 의미를 넘어 향후 야권 통합에 미칠 파급력이 만만치 않은 선거구라는 것이다. 중산층 이상과 30~40대가 많은 광주서을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 후보를 당선시키는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표심이 출렁거리는 곳이다.
지난달 24일 <한국방송>(KBS)·<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 천정배 공동대표는 48.6%, 양향자 후보는 21.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천 후보의 높은 인지도와 안정감,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호남정치 복원을 강조해온 천 후보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신다면 반드시 야권 재편을 완성하고 정권을 다시 찾을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천 후보가 그동안 공언해왔던 ‘뉴 DJ발굴’은 헛약속이 됐다는 데 대한 비판도 매섭다. 국민의당 현역 의원 컷 오프(공천배제)는 광주·전남지역 10명의 의원 중 1명에 그쳤다. 천 후보는 “그 점은 아쉽다”고 짧게 답변했다. 천 후보가 야권연대를 주장하다가 그대로 당에 주저앉은 것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이도 적지 않다. 천 대표가 추진한 국민회의 쪽 인사인 김영집 전 국민의당 광주시당 공동대표는 “천 후보가 (안철수에) 백기투항하자 놀랐다. 그래서 천 후보와 정치적 입장을 같이할 수 없다고 생각해 탈당했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이에 대해 “반복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선거 끝나고 광주와 호남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상무를 지낸 양 후보는 더민주당 영입인사 최대 히트상품답게 ‘일자리 2만개 창출’을 전면에 내걸었다. 지난 3일 쌍촌동 운천저수지 앞에서 시민들을 만나던 양 후보는 “광주의 새로운 시대정신은 일자리다.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스마트폰 메모리칩 개발한 기술자였던 저를 밀어 달라”고 호소했다. 양 후보는 이날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이번주에 지지율의 ‘골든 크로스’를 경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의당 강은미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허상담론에 갇혀 투표하는 순간을 빼고 4년 내내 후회해서는 안 된다. 청년 일자리, 중소상인 보호 등 구체적 정책을 내놓은 정의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새누리당 김연욱 후보는 청와대 행정관 시절의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 허브센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민중연합당 고기담 후보는 “서민의 희망이 되겠다. 1% 특권정치를 저지하자”며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으며, 최근 국민의당에서 탈당한 김하중 후보는 새 인물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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