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05 20:17
수정 : 2016.04.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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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에선 디제이(DJ) 3남 김홍걸씨의 지원을 받는 조상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디제이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국민의당 후보가 ‘디제이 적통’을 다투고 있다. 조상기 후보 선거대책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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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격전지 르포 l 전남 목포
DJ 영원한 비서실장 VS 진짜 계승자
김홍걸 영입 조상기, 3선 박지원 추격
3선 유선호 무소속 불구 인지도 높아
정의당 문보현·민중연합 김환석 분투
“김대중보다 노무현을 좋아해요.”
5일 오후 2시 전남 목포의 평화광장. 벚꽃길을 산책하던 60대 여성한테 ‘누구누구 출마했느냐’고 묻자 놀랍게도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회자되는 디제이(DJ) 적통 논쟁이 속으로 마뜩잖았던 모양이었다. 부근 아파트에 사는 그는 사흘 전 선거공보물을 받았다. 후보 8명을 살피고 있는데 아직 찍을 사람을 결정하지 못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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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에선 디제이(DJ) 3남 김홍걸씨의 지원을 받는 조상기(위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디제이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국민의당 후보가 ‘디제이 적통’을 다투고 있다. 박지원 후보 선거대책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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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처럼 화통한 정치인 어디 없을까요? 화끈하고 정직한 사람 말이에요.”
그는 “정치 9단과 정치 신인, 디제이 3남 김홍걸 등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공감은 하지 못하고 있다. 며칠 동안 정당과 인물을 두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산책을 나온 박아무개(38·직장인)씨는 ‘구관이 명관’이라며 “발언권과 영향력이 있는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3살짜리 아이를 돌보던 김아무개(31·여)씨는 “공천이 곧 당선일 때는 한 표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참신하고 진보적인 후보를 선택해 변화를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전남 목포는 1963년과 67년 두차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지역이다. 이후 디제이의 정치적 기반이자 ‘호남의 정치 1번지’가 됐다.
이번 총선에선 두어 차례 반전이 이어졌다. 새해 벽두에는 현역 박지원 의원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했다. 많은 입지자가 몰렸다. 박 의원은 2008년 3월 솔로몬저축은행에서 선거자금 명목으로 2천만원(정치자금법 위반), 2010년 6월 보해저축은행에서 수사무마 청탁 대가로 3천만원(알선수재)을 받은 혐의로 3년째 재판을 받고 있었다. 2심에선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1년,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 눈길이 쏠렸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의원은 위기를 벗어났고, 목포의 선거는 이렇게 정리되는 듯했다.
박 의원은 탈당 정국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세대교체’를 내걸고 신예 조상기 후보를 공천했다. 조 후보는 1980년 해직된 언론인 출신으로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평화방송, 한국방송 등지에 몸담았다. 조 후보는 초반 지명도가 낮아 얼굴을 알리는 데 고심했다. 고전하던 조 후보는 디제이의 3남 김홍걸씨를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영입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조용하던 선거판에 뜨거운 쟁점이 만들어졌다.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세 차례 목포를 찾아 조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를 벌였다. 6일 이후에도 목포를 찾아 바닥을 누빈다는 계획이다. 그는 “분열의 이름으로 디제이 정신을 거론해선 안 된다”며 “조 후보는 디제이 정신의 계승자”라고 힘을 실었다.
국민의당에서 단수 공천을 받은 박지원 후보는 이 논쟁이 부담스럽다. 대응하기도 무시하기도 어려운 난제여서 거리를 두고 있다. 박 후보에게 ‘디제이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애칭이 굳어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3선 경력의 박 후보는 가끔 지역구를 비우고 광주, 진도 등지로 지원유세를 나가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가 40%대의 지지를 받으며 앞서가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2일 안철수 상임대표, 천정배 공동대표까지 목포에 출동해 표단속을 했다.
후보가 8명에 이르고, 반박지원 후보 단일화가 실패한 대목도 박 후보한테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선호 후보는 득표력이 상당하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경기도 정무부지사, 청와대 정무수석, 3선 국회의원(경기 군포, 전남 영암·장흥) 등을 지내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더민주 조 후보와 무소속 유 후보는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여론조사 때 정당 표기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바람에 성사시키지 못했다. 정의당의 문보현 후보와 민중연합당의 김환석 후보는 진보 성향 유권자의 표를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 이아무개(43)씨는 “평화광장 주변에 ‘일자리 창출’, ‘선수 교체’, ‘경제 목포’, ‘정치를 바꾸자’ 등 엇비슷한 현수막이 많다. 결국은 정당을 보고 투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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