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06 14:14
수정 : 2016.04.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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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찬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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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학부모 반발에 “욕심 때문에 빚어진 불찰…사죄드린다” 공개사과
서울 강서구(갑)에 출마한 구상찬 새누리당 후보가 선거유세 차량과 공보물 등에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촬영한 사진을 무단 사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 강서구 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지난달 31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강서구(갑)에 출마한 구상찬 새누리당 후보의 유세차량에서 아이의 얼굴을 발견한 것이다. 유세차량에 붙은 사진엔 아이와 아이가 다니는 10여명의 어린이집 아이들이 구 후보를 둘러싼 채 환히 웃고 있었다. 사진은 구 후보가 어린이집이 위치한 강서구 복지관 경로식당을 방문했던 지난 1월, 어린이집에서 촬영한 사진이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 ㄱ씨는 “‘당에 활동 보고용으로 쓰려고 한다. 내부용으로 사진이 쓰일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사진을 찍게 허락했다”며 “사진이 선거 유세에 쓰였다는 사실을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후보쪽에 “당장 사진을 내려달라”고 항의했다.
사진은 집집마다 배포되는 8만장의 선거 공보물에도 실릴 예정이었다. 구 후보는 “선거유세 차량 사진을 내리고 선거 공보물에 들어간 사진엔 스티커를 붙이겠다”고 약속했으나 공보물은 스티커 없이 가정에 배포됐다. 1일 학부모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구 후보가 “아이들 사진이 예뻐서 썼다.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해명하면서 학부모들의 화를 키웠다.
지난 4일 구 후보가 학부모와 얼굴을 맞대고 공개사과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학부모들이 SNS를 통해 구 후보가 아이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것을 알리고 지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결과다. 구 후보는 사과문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사진 중 제일 잘 나온 사진을 올려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빚어진 불찰”이라며 “학부모님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일곱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ㄱ씨는 “후보가 사과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된 듯 하지만 아이들의 사진이 여전히 공보물에 남아있다는 점이 너무 찝찝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현재의 손수호 변호사는 “이미 사진이 공보물을 통해 배포된 상황이기 때문에 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이 소용이 없고 민사적인 위자료 소송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구 후보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상의 없이 아이들 사진을 사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내 잘못이다. 학부모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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