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06 19:51
수정 : 2016.04.07 10:18
“대구 잘못되면 정부 위기” 호소문
김무성 대표 “공천 심려 끼쳐 죄송”
김문수는 ‘멍석 사죄’ 이어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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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북선대위 ‘큰 일꾼 유세단’이 6일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도민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유세단은 당내 공천 파동 등에 대해 사죄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왼쪽부터 이철우·김광림·장석춘·최경환·백승주·강석호·박명재 후보와 이한성 의원. 구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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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4·13 총선 일주일을 앞두고 읍소 작전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당 지지율 하락과 수도권과 영남 일부 접전 지역에서 야당에 쫓기는 흐름이 나타나자 지지자들의 동정심에 호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6일 총선 출마 후보자 일동 명의로 대구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후보자들은 호소문에서 “공천 과정에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불협화음으로 마음을 상하게 했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몇년간 이렇게 힘든 선거는 없었다. 잘못했다. 피눈물 나게 반성하고 있다”며 “대구가 잘못되면 박근혜 정부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박근혜 정서’도 자극했다. 유승민 후보 등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거둬들이라며 호기로운 모습을 보일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대구 수성갑의 김문수 후보도 이날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의 오만함에 백배사죄한다”고 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으로 처지며 좀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는 “새누리당 정신차리라고 매섭게 질책해달라. 달게 맞겠다. 뼈에 새겨 반성하겠다”며 선거일까지 멍석 사죄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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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대구 수성갑)가 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자신의 선거 사무소 앞에서 ‘새누리당의 오만함을 사죄드린다‘는 피켓을 세워두고 시민들에게 절을 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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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읍소는 대구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전북, 충남 지역 지원 유세에서 “공천 과정에서 너무 실망 많이 끼쳐드린 나머지 많은 여러분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큰일났다”며 “잘못한 걸 야단치시고 꾸짖어주시고, 용서해달라”고 호소했다. 부산에서도 북강서갑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빙 승부를 벌이는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가 “반성한다. 혼내신 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새누리당은 7일 열리는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무조건 반성 모드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최근 60대 이상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만큼 대책은 그저 잘못했다고 도와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당대표 시절부터 각종 선거에서 읍소로 지지자들을 묶어내곤 했다. 2년 전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들끓던 시기에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 지도부가 광화문광장에서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집회를 했다. 새누리당은 시·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8명(새정치민주연합 9명)을 당선시켰다. 2004년 탄핵 정국과 차떼기 정당 오명을 쓰고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개헌 저지선만은 막아달라’며 반성 회초리 광고를 내는 등 읍소 전략으로 121석을 얻었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선거가 임박했는데도 공천 후유증 탓에 영남과 수도권에서 무소속, 야권 후보 강세가 이어지고, 최근 당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새누리당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다. 여기에 노년층 투표 의사는 줄고 20~40대의 투표 의지는 높아지자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 듯하다”고 말했다.
성연철 이경미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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