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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06 20:04 수정 : 2016.04.06 22:15

4·13 총선 격전지 르포
창원성산

“2 더하기 2는 4번입니다. 이번에 ‘우리 당 후보가 없구나’ 생각하지 말고 노회찬 후보를 우리 당의 후보 돕듯이 지원하고 찍어 주십시오, 여러분.”

유세차량 위에 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노회찬 정의당 후보의 왼팔을 들어 올리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허성무 더민주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한 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문 전 대표가 지역을 찾은 지난 5일 낮 경남 창원 성산구 반송시장 입구는 100여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노동자의 도시’답게 작업복을 입은 노조 조합원이 여럿 섞여 있었다. 전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문 전 대표까지, ‘거물’들의 잇단 방문에 성산의 선거판은 드물게 달아올랐다.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 창원/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창원마당쇠 자임 새누리 강기윤
“4년간 지역현안 해결 위해 뛰었다”

창원성산에서는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와 지난 2월 뒤늦게 출마를 선언한 노회찬 후보가 일대일 구도로 맞붙고 있다. 선거 초반엔 강 후보가 우위를 선점했지만 지난달 28일 정의당과 더민주가 후보 단일화를 발표하고 나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10%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강기윤씨는 여당 의원이라도 인지도가 조금 약하지예. 노회찬씨는 야당에서도 언변가니까 말을 잘한다 안 합니까. 역량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사람이 꽤 알려져 있어서 아무래도 강점이 있지예.” 이날 반송동에서 만난 직장인 송아무개(52)씨가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경남 창원성산 역대 주요 선거 전적
단순히 단일화 효과나 인지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엘지·두산 등 대기업 공장이 밀집한 창원성산은 본래 진보정치의 ‘교두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표를 모아 17·18대 총선에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를 당선시켰다. 19대 총선에선 진보정당 후보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나뉘면서 강기윤 후보가 2위와 1977표 차로 당선됐다. 영남 유권자의 지역적 성향과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영남 정서’에만 호소해선 승산이 없다. 20대 총선에서 수성에 나선 강 후보는 ‘창원의 마당쇠’와 ‘서민 근로자의 대변자’를 동시에 자임하고 있다. 강 후보는 창원에서 초·중·고교와 대학을 모두 졸업하고 새누리당 경남도당 위원장을 지낸 토박이다. 초선이지만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간사로 지난 4년간 법안을 163개 발의한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중에 노동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강 후보의 호소다.

노 후보에 대해선 ‘철새론’으로 공략하고 있다. “성산구 주민들이 바봅니꺼. 너무 얕잡아보는 거 아니에요? 동작에 갔다, 노원에 갔다, 뭘 우짠다는 거예요? 4년 동안 지역 현안, 숙원 해결을 위해 뛰었고 열심히 예산 가져왔습니다. 참일꾼 강기윤이 잘하는 거 아입니꺼.” 노 후보의 유세차량이 떠난 뒤 반송시장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강 후보가 목소리를 높였다.

노회찬 정의당 후보. 창원/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문재인 지원 업은 정의당 노회찬
“흥부에 박씨 물어준 제비도 철새”

오래 성산을 지켜온 주민들 중엔 그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영길 때하고는 다르다 안 하나. 아무래도 노회찬이는 선거 때 다 돼서 내려왔고, 인사도 안 댕긴다고 사람들이 꼬아본다 아이가.” 상남동에서 40여년을 거주한 최아무개(62)씨가 말했다. “노회찬씨는 생전 처음으로 왔고 강기윤씨는 기존에 있던 사람이잖아예. (노회찬씨는) 생뚱맞다 그런 생각도 들데예.”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상인(67)도 말했다. “암만 캐도 새누리당을 지지해야 안보가 튼튼 안 하겠나 싶지요.” 그가 덧붙였다.

노 후보는 “흥부에게 박씨 물어준 제비도 철새”라며 공격에 정면으로 응수하고 있다. 응전하는 그의 전략은 ‘영남 물갈이론’이다. “경남 지역 16개 선거구 중 15개가 새누리당입니다. 여기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맞습니까? 창원에 야당이 적어도 2석 이상 필요한 것 아닙니까? 새누리당 정권이 무너진다면 영남에서부터 무너질 것입니다, 여러분.”

이 지역에서 노 후보의 물갈이론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무상급식 중단 사태’다. 2014년 홍준표 경남도지사로부터 촉발된 무상급식 중단 사태는 지난 3월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경남 지역에선 파괴력 있는 이슈다. 강 후보 역시 학교급식 재정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방향으로 학교급식법 개정을 약속하며 잔불 정리에 나서고 있지만 돌아선 ‘엄마 표심’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애들 밥 먹는 거 갖고 자기 정치 하는 데 동원한 거잖아예. 이번에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갖고 싸우는 것도 그렇고. 힘이 있다고 마구 휘두를 것 같으면 힘을 주면 안 되겠죠.” 주부 강아무개(44·가음정동)씨가 말했다.

경남 창원성산 후보

변화에 대한 기대는 주로 30~40대 젊은층에서 감지된다. “어른들은 이번에 바뀔지 모르지만 우리는 노회찬 후보 너무 좋아해요. 창원도 바뀔 때가 됐죠. 노동자·서민을 위해 일하는데 지역이 무슨 상관이에요.” 노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김아무개(36)씨의 의견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다는 오아무개(46)씨는 “지금 세태를 보면 바꿔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나는 강기윤 의원 그분이 잘해서 뽑혔다고 생각 안 해요. 그때 야당이 두 번 (당선)했으니까 바꿔보자 해서 바뀐 거지. 노회찬씨가 낙하산이라는 말도 있지만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 아닌가요.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재환 국민의당 후보. 창원/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양강구도속 분투 국민의당 이재환
“창원서 30대 출마는 처음”

양강구도 가운데서 ‘삼포세대의 대변자’를 표방하는 이재환 국민의당 후보도 적게는 7%에서 많게는 12%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분투중이다. 입시학원 강사, 자영업자, 생계형 알바, 지역언론사 기자 등을 거친 그의 삶은 ‘흙수저’에 가깝다. 24시간 머리에 쓰고 다니는 커다란 ‘귀’ 모형은 ‘경청’을 상징한다. 이 후보는 유세차량도 없이 자원봉사자들과 발로 뛰며 얼굴을 알리고 있다. 그를 지켜보던 박현경(45·상남동)씨는 “젊은 나이에 정치를 시작한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 진솔하게 다니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야권 단일화’의 압박 속에 완주를 각오한 뒤 거리에서 숱한 비난과 칭찬을 함께 듣고 있다. 그는 “창원에서 30대가 출마한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다”며 “가난하다고 해서 청년들이 꿈을 버리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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