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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07 19:18 수정 : 2016.04.07 22:08

새누리당이 “잘못했다.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읍소 작전’에 돌입했다. 총선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지 않자, 아예 발가벗고 동정심을 유발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7일 서울 유세에서 운동원의 연호까지 막으면서 “너무 많은 실망을 끼친 걸 반성하고 있다. 용서해 달라”고 애걸했다. 흡사 이야기의 개연성이야 어떻든 시청자 눈물샘만 자극하면 된다는 식의 막장 드라마를 한 편 보는 듯하다.

백미는 역시 6일 대구의 새누리당 후보 11명이 아스팔트에 죽 무릎을 꿇고 앉아 ‘참회의 눈물’을 흘린 장면일 것이다. “잘못한 걸 피눈물 나게 반성하고 있다. 후보자가 마음에 덜 들어도 기회를 달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가증스럽기까지 한 모습이다.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진박(진실한 친박)’을 자처하면서, 명분과 여론 지지도에서 한참 앞서는 현역 의원들을 무조건 공천 배제해야 한다고 떠들던 게 불과 1~2주 전 일이다. 그렇데 ‘진박 마케팅’ 역풍으로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자, 이제 와서 “우리가 잘못했다”고 머리를 땅에 박는 건 무슨 경우인가. 정말 공천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후보직을 깨끗이 물러나면 될 일이다. 유권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길래 저렇게 말을 바꾸고 머리를 조아리는 거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보는 건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행태가 정치와 선거를 한 편의 코미디로 만들고 있다. 선거란 집권세력의 잘잘못을 국민이 평가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 집권세력은 집권세력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잘못을 되돌아보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노선과 행동을 수정해야 한다. 그래야 선거의 의미가 살아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지금 박근혜 정권 3년간의 국정운영과 정책을 솔직하게 드러내 평가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미워도 다시 한번’만 외칠 뿐이다. 용서해 달라면서도 반성하는 건 없고, 잘못했다면서도 바꾸는 건 하나도 없다. 유권자를 봉으로 보고 선거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식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새누리당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뭐가 잘못됐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바꿀 것인지 먼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폭주와 편 가르기, 여당 안에서도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만 쓰는 편협함, 이를 용인하고 그대로 따르는 여당의 비겁함 등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이걸 고치겠다고 유권자에게 말해야 한다.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건 명약관화하다.

그렇다면 심판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더는 새누리당의 상습적인 ‘악어의 눈물’에 홀려선 안 된다. 비겁하기 짝이 없는 집권여당에 경종을 울리려면, 이번 총선을 지난 3년에 대한 엄정한 평가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읍소도 선거전략’이라는 저급한 발상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우리 정치문화가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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