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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07 19:39 수정 : 2016.04.08 09:49

4·13 총선 격전지 르포
고양갑

검고 붉은 얼굴의 남성들이 극장 앞 그늘에 모여 다같이 담배를 빼물었다. 한 남성이 “아이구 지겨워” 소리를 신음처럼 터트렸다. 지난 6일 낮 경기 고양 어울림누리공원 대극장에는 경기도교통연수원 주최 운수종사자 교육이 열려 천명이 넘는 택시, 버스기사들이 모였다.

총선을 앞둔 후보들이 이런 자리를 놓칠 리 없다. 고양 갑·을·병·정 4개 지역구의 후보들은 이 자리에 총출동했다. 대극장 로비는 참석 접수를 하러 기다리는 기사들과 각각 빨강, 파랑, 노랑, 녹색의 원색 옷을 입은 선거 운동원이 한 데 뒤섞여 수라장을 이뤘다. 최아무개(68·운수업)씨는 “4년마다 저러지. 말로만 국민, 실은 자기 사욕 채우려는 거면서”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8년째 다진 인지도 정의당 심상정
“변함없이 노동자와 함께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고양/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극장 로비를 가장 열심히 누비는 후보들은 이 지역이 속한 고양갑 후보들이었다. 이 지역은 현역 의원인 심상정 후보(57·정의당 대표)와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가 3번째 접전을 펼치는 곳이다. 역대 전적은 일 대 일이다. 손 후보가 18대, 심 후보가 19대 의석을 차지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여성 진보 정치인인 심 후보는 특유의 호탕한 목소리로 기사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다녔다. “변함 없이 노동자와 함께 해온 심상정입니다.” 심 후보 남편 이승배씨도 나와 함께 지지를 호소했다. 8년째 이곳을 다져온 심 후보를 알아보고 반가이 맞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김원진(65)씨는 “심 의원이 공약을 다 지키진 못했어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당 대표로서 지도력도 있고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자신의 성과로 꼽는 고양동 군부대의 차질 없는 이전과 복합문화센터 건립, 마을교육 공동체 구축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19대서 170표차로 진 새누리 손범규
“지하철 들어오려면 정부결단 필요”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 고양/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다른 쪽에선 손범규(49) 새누리당 후보가 웃음을 띄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교육을 받으러온 택시기사 박아무개(48)씨는 손 후보의 손을 잡고 “걱정하지마. 박준(더민주 후보)이 도와주고 있잖아. 이번엔 꼭 될 거야”라고 격려했다. 지난 19대 선거에서 손 후보는 야권 단일화로 나온 심 후보에게 170표 차이로 졌는데 이는 전국 최소 표차다. 손 후보가 내세우는 것은 집권 여당의 후보라는 점이다. 그의 선거 명함에는 ‘중앙 정부를 움직이는 힘!’이 대표 문구로 달려 있다. 손 후보는 농촌 지역인 관산동으로 이동해 유세차에 타서 “관산동에 지하철이 들어오면 땅값이 오르지 말래도 오른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정책적 결단과 막대한 국비가 지원돼야 한다. 말 잘하고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는 후보 보단 집권여당의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최아무개(52·고양 20년 거주)씨는 “당이 커야 추진력이 있지, 정의당처럼 작아선 어렵죠. 18대 때 중부대학교 고양캠퍼스도 유치해서 신뢰가 갑니다”라고 말했다. 손 후보는 신분당선 연장과 2층버스 도입, 우수교사 초빙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역대 선거 결과
이 지역 덕양구는 농촌과 도시가 함께 있는 도농복합지역이다. 1980년대 후반 고양·일산신도시로 개발되기 전에는 관산동 같은 농촌 지역이 대부분으로 여당 강세를 보여왔다. 지금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거주하는 거대 베드타운(직장과 집이 떨어져 있는 이들의 거주를 담당하는 동네)이 됐다. 신도시 개발로 젊은 인구가 대거 유입되자, 2000년대 들어서 고양갑 선거구에선 지금 더민주 계열 정당 국회의원이 배출됐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16~17대 내리 당선됐다. 18대 때는 심 후보와 한평석 통합민주당으로 야권 표가 나뉜 사이 손 후보가 의석을 되찾아 왔다.

정의당에 앙금 쌓인 더민주 박준
“연대 없다…끝까지 완주할 것”

박준 더불어민주당 후보. 고양/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야권 연대를 이뤘던 19대와 달리 이번 선거에선 다시 야권이 나뉘었다. 큰 변수다. 박준(47)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극장 중앙문 쪽에 자리잡은 심 후보와 멀리 옆문 쪽에 선거운동원들과 자리를 잡고 들어가고 나가는 이들을 공략했다. 박 후보는 심 후보와 정의당에 대해 쌓인 앙금이 깊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우리의 양보와 협조가 없었다면 심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았다니요”라고 말했다. 박 후보 쪽은 지난 총선에서 자신이 물러난 만큼 이번에는 심 후보 쪽 양보를 바랐다. 하지만 심 후보 쪽은 “박 후보 요구에 따라 경선을 치러 후보를 결정한 만큼 양보라는 말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연대는 결코 없다. 8년 동안 지역위원장을 맡으면서 믿고 지지해준 이들을 위해서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구를 원당권, 고양권, 화정권, 식사동권 4곳으로 나누고 지역별 맞춤 공약을 내세우고, 단기간에 3파전 구도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경기 고양갑 주요 후보

이곳 여론조사는 하루 차이를 두고도 선두 후보가 뒤바뀌는 종잡기 힘든 결과를 내놓고 있어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에스비에스>가 티앤에스(TNS)코리아에 의뢰해 2~5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손 후보가 42.2%의 지지율을 기록해 심 후보(36.4%)를 5.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3%p, 응답률 6.5%). 오차 범위 안이지만 손 후보의 우세다. 반면 <문화방송>(MBC)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2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심 후보가 43.4% 지지율을 기록해 27.7%에 그친 손 후보를 오차 범위 밖으로 크게 따돌렸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 8.3%). 박 후보는 7.9%에서 9.5%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극장에서 만난 김용재(61)씨는 “각 후보는 이 지역에 오랫동안 알려져 있는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적은 표차의 승부가 날 것이라고 본다. 젊은 층이 얼마나 찍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의 투표는 보통 야권에 유리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야권이 나뉜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흐를 지는 미지수다. 이 지역 유권자 정준호(29·대학생)씨는 “집권당 정책은 청년을 위한 게 없다는 생각은 있는데, 누굴 뽑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 9곳 후보 낸 노동당 신지혜
“핵발전 신재생에너지 전환”

이번 총선에 전국 9곳에 후보를 낸 노동당에선 신지혜 고양파주당협위원장(29)이 이 지역 후보로 뛰고 있다. 그는 기존 정당들이 내지 않는 대안정책들을 선거 공간에서 알리고 있다. 기본소득제도 도입, 핵발전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이다.

고양/권오성 김지훈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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