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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07 19:50 수정 : 2016.04.07 19:50

4·13 총선 격전지 르포
광주 광산을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의 차창이 열렸다. 지난 6일 오후 5시께 광주시 광산구 수완동 롯데마트 건너편으로 가던 권은희 국민의당 후보를 본 김재길(50)씨가 오른손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씨는 공손하게 인사하는 권 후보에게 ‘파이팅!’ 하고 덕담을 건넸다. “겸손하고 능력 있잖아요.” 김씨는 권 후보 페이스북 계정에 군복을 입은 채 총을 들고 있는 포스터와 관련해 “그게 무슨 논란거리냐?”고 일축했다. 한 50대 여성은 “권은희는 늘 우리 주변에서 뭔가 일을 하는 것 같은데 다른 후보는 선거철만 되면 찾는 것 같다”고도 했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권은희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6일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권 후보 유세차량엔 ‘광주의 딸’라는 말이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그는 2014년 7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했다는 평을 받았다.

권 후보가 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인근 상가로 들어가 김수지(46)씨한테 전망을 들었다. “여기가 무슨 (더불어민주당) 표가 솟아나오는 화수분인가요? 김종인 셀프공천을 보고 ‘아, 더 이상 기대할 것 없구나’ 했지요. 문재인(전 대표)은 ‘커버력’(정치력)이 없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더민주에 자극제가 필요한 때라고 봐요.” 하지만 인근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30대 유권자는 “아직 반반이지만 이용섭 후보가 훨씬 더 믿음직스러워 보인다”고 했다.

이용섭 더민주서 광주 유일 선두권
‘댓글수사’ 폭로 권은희 치열한 접전
20~40대 74%라 막판까지 예상 불가
정의당 문정은·민중연합 최경미 분투

광산을에선 새누리당, 정의당, 민중연합당, 무소속 후보까지 가세한 6자 구도 속에 6년 동안 지역구 의원을 지낸 더민주 이용섭 후보와 권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촌이 밀집돼 있는 수완지구와 첨단지구로 양분되는 광산을 선거구는 전체 유권자 수 16만여명의 47%가 20~30대다. 여기에 40대를 포함하면 무려 73.5%로 늘어난다.

더민주 관계자는 “당에 우호적인 20~40대 지지층이 많아 우위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지난 3~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용섭 후보(39.4%)가 권은희 후보(32.9%)를 6.5%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8개 선거구 중 더민주가 유일하게 앞선 것으로 나오는 광산을에서도 두 당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월계동 엘시타워 앞에서 진행된 이 후보의 유세 현장 인근 민심도 혼전이었다. 유세장 인근 식당 주인 이기헌(49)씨는 지지 후보를 묻자 “어차피 둘이 합할 텐데 국민의당은 힘이 없잖아요. 두 당이 서로 분열하면 서울에서 국민의당이 못 이기는데, 정권을 바꾸려면 더민주를 밀어야지요”라고 말했다. 커피숍에서 만난 정다운(25)씨도 “안철수가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끝까지 끌고 가는 면도 부족하고요. 주변 친구들도 더민주에 호감을 갖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6일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하지만 이용섭 후보의 과거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월계동에서 만난 60대 후반 여성은 “이용섭도 자격상실이에요. 시장 하려고 국회의원 그만뒀잖아요”라고 꼬집었다. 이용섭 후보는 정책전문가라는 점에는 점수를 받지만 두번의 시장 출마와 최근 더민주 비대위원으로 참여해 광주 민심을 반영한 공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이용섭 후보는 이에 “비대위 지도부에 있었기 때문에 비판을 감수해야 하지만, 의도를 가지고 당 공천에 개입할 시스템이 없다”며 “광주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 필요하다면 당권에 도전해 호남 주도 정권을 창출해보겠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을 후보

진보정당 후보들도 신선한 공약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9살의 청년 후보로 다양한 정치경력을 쌓은 정의당 문정은 후보는 “청년을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청년을 위해 가장 잘 일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엄마’ 대표로 나왔다는 최경미 민중연합당 후보는 무상교육과 청년수당 지급을 공약으로 밝혔다. 지역 여성 기업인인 무소속 한남숙 후보는 하남공단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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