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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09 11:09 수정 : 2016.04.09 11:10

지난 7일 부산 북구 구포역 근처에서 이번 국회의원선거 북구강서구갑에 출마한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가 유권자들의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4·13 총선 격전지 르포
부산 북강서구갑

“지금까지 10년째입니다. 우직하게 부산 북구에서만 출마했습니다. 북구는 저의 고향이자, 제 삶의 터전입니다. 이번에는 2번, 전재수를 뽑아주십시오.”

“또 왔나? 벌써 몇년째고. 이번에는 한번 해봐라. 고생한데이. 내사 마 팍팍 밀어줄꾸마.”

지난 7일 오후 3시께 부산 북구의 가장 큰 전통시장인 구포시장 1번 출입구에서 전재수(44)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권자들과 악수와 인삿말을 건네며 지지를 호소했다. 구포시장 상인들은 허리숙여 인사하는 전 후보한테 힘내라는 말을 쏟아냈다.

누군가 전 후보의 어깨를 툭 쳤다. 구포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아무개(44)씨였다. 박씨는 전 후보와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다.

“재수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번엔 정말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다만, 13일이 구포시장 장날이다. 상인들한테 선거 많이 참여하라고 독려할끼다. 선거 막판인데, 잠도 줄이래이~.”

“친구야. 고맙데이. (상인들한테) 투표 많이 해라고 해라이. 많이 팔아레이.”

박씨는 “친구가 10년 동안 북구만 고집하고 있다. 낙후된 고향 북구를 위해서라고 했다. 바보같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전재수 답다”고 했다. 전 후보는 주민과 상인들한테 인사하며 구포시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비슷한 시간에 구포시장 근처의 구포역 앞 광장에선 박민식(50) 새누리당 후보가 유세차량에서 주민들한테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구포역을 오가던 주민 100여명이 박 후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두 번이나 뽑아줬는데도 결과가 이게 뭐냐’며 많은 주민들이 저를 질책하고 있습니다. 저와 여당에 실망도 많이 하셨고, 짜증도 많이 나셨고, 화도 많이 나셨을 것입니다.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꾸짖어 주십시오. 회초리로 때려주십시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저 박민식이 정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못난 아들이지만 아들이 밉다고 집을 내어줘서는 안 됩니다. 북구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박 후보가 연설을 마치고 허리숙여 인사를 하니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박 후보의 이름을 계속해서 불렀다. 일부 주민은 박 후보한테 다가가 손을 맞잡기도 했고, 또다른 주민들은 박 후보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구포역 근처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아무개(56)씨는 “박 후보는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그래도 하던 사람이 계속 일해야 더 잘하지 않겠나. 전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많이 치고 올라왔지만, 북구에 힘 있는 여당 후보가 국회의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이번 국회의원선거 북구강서구갑에 출마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북구강서구갑은 낙동강 하류와 붙어 있는 선거구로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한 선거구이다. 북구강서갑에는 경남 김해와 강서구 녹산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편이고, 20여년 넘도록 낙후된 곳인데도 1996년 15대 총선 때부터 줄곳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역풍이 불면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북구에선 한나라당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를 7%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전통적인 여당 텃밭 선거구인 북구강서구갑에서 야당 후보 당선의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부터다. 당시 이곳에 두 번째 출마한 전 후보가 47.6%를 득표해 52.39%를 받은 박 후보한테 4.79%포인트(3532표) 차로 뒤져 낙선했기 때문이다.

이번 20대 총선에선 현역 국회의원인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와 10년째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있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일대일로 맞붙고 있다. 2008년 18대부터 올해 20대 총선까지 세번째 승부이다.

선거초반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는 전 후보를 10%포인트 넘는 차이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오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해 초접전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 후보나, 전 후보 모두 인지도도 높지. 둘 다 젊고, 일도 잘할 것 같아. 박 후보는 여당 소속이라서 북구 발전에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 전 후보는 지역 구석구석에 뭐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어. 고생도 많이 했고. 나도 아직 누굴 찍을 지 결정을 못했어.” 구포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45)씨가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전통 여당 텃밭인 북구강서구에서 접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전 후보는 “20여년동안 부산 북구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 몰표로 답했지만, 여당은 외면했다. 그 기간 북구의 발전은 없었다. 오히려 퇴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 후보의 말에 공감하는 주민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북구 만덕동 벽산아파트 주민 이아무개(38)씨는 “북구는 그동안 방치됐다. 해운대 등 동부산 쪽은 개발 등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서부산의 중심지역 가운데 하나인 북구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전 후보가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짓겠다고 해서 마음에 더 든다”고 말했다.

구포동에 살고 있는 우아무개(62)씨는 “그동안 새누리당만 지지했는데, 북구가 얻은 것이 없다. 여당 일색인 동네이다보니, 지역에서 여당에 대한 견제도 약하다. 그러니 북구가 발전되지 않았다. 이번에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후보가 구포시장에서 선거운동할 때 가만히 보면 상인들한테 장갑을 벗지 말고 그냥 악수하자고 한다. 상인들이 번거롭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저렇게 말해주는 정치인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전 후보가 더 좋다”고 덧붙였다.

북구의 발전을 위해서 박 후보를 더 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북구 만덕동 럭키아파트 주민 임아무개(69)씨는 “박 후보가 그동안 북구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 박 후보가 만덕로 교통정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부산시가 만덕3터널도 뚫고 있다. 박 후보를 더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여당 텃밭이었던 탓인지 전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박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도 있었다. 택시기사 이아무개(43)씨는 “인물이 비슷하면 그래도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낫다”고 말했다.

박 후보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60대 이상을 보면, 올해 3월 기준 북구에는 65살 이상 주민 2만2000여명이 살고 있다. 지난 15~19대 총선에서 북구에서 당선된 후보들은 3만~4만표를 얻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에 견줘 전 후보는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지지하고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투표장으로 불러와 투표율을 끌어올릴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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