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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10 11:44 수정 : 2016.04.10 11:44

도심 노른자위 대단위 개발 가능…후보마다 핵심공약 제시
안보기능·대체부지·재원 대책은 없어…‘포퓰리즘’ 비판도

전국 곳곳의 군부대가 4·13 총선 후보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저마다 “선거구에 있는 군부대를 옮기고, 그 자리에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도시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하고, 그 자체가 도시에 둘러싸여 안보 기능에 제약을 받는 군부대라면 이전하는 것이 마땅하다.

후보자로서도 도시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약속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어서 관련 공약에 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 지역 안보를 책임지는 군부대를 옮기는 일이 정치적 이해만으로 성사될 수는 없다.

안보상 기능과 필요성 검토, 여론 수렴, 정부 부처 또는 자치단체 간 합의, 재원 확보 등 선결해야 할 난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 소속·이념 달라도 “군부대는 내가 옮긴다” 한목소리 울산 남구갑 후보 3명은 최근 방송토론에서 옥동 군부대 이전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무소속 박기준 후보는 “현역의원인 새누리당 이채익 후보는 그동안 별로 한 일이 없다. 국회의원이 되면 옥동 군부대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법조문화타운과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군부대 이전은 40년간 답보 상태지만, 이제 내가 부지 소유주인 국방부와 산림청의 협의를 끌어냈다”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심규명 후보도 “법조문화타운 조상과 함께 시립도서관을 건립하겠다”며 가만히 듣고 있지 않았다.

이런 기 싸움은 4·13 총선을 앞두고 군부대가 있는 도시마다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광주 광산갑 현역의원인 국민의당 김동철 후보는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약했고, 더민주 이용빈 후보도 군공항 소음 피해보상과 이전에역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 ‘무소속 3인방’ 유승민(동을)·류성걸(동갑)·권은희(북갑) 후보는 최근 내건 합동공약에 동구에 자리 잡은 K2 공군기지 이전 추진에 힘을 모으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맞서 더민주 이승천(동을) 후보도 K2 비행장 이전이 지지부진하다며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유승민 후보 측은 “K2 이전은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내건 총선 5대 핵심 공약에도 포함돼 있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공약한 내용이다”며 “유 후보도 60년 동안 군공항 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위해 2005년 처음 공약을 내건 이후 10여년간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현재 ‘군공항이전특별법’이 제정돼 국방부와 공군, 대구시가 K2 공군기지 이전 절차를 밟는 중이다.

부산 해운대구갑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은 육군 53사단을 이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후보는 이전 부지에 레저·여가·문화·주거공간을, 더민주 유영민 후보는 스마트특화 대학 설립을, 통일한국당 문만길 후보는 100세 시대를 대비한 복합 은퇴자 마을 건설을 각각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설 선거구인 경시 수원무에 출마한 후보들도 세류동 일대 군공항 부지(522만1천㎡) 활용에 대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새누리당 정미경 후보는 대기업을 유치해 지역 청년실업을 해결하겠고 약속했고, 더민주 김진표 후보는 삼성전자와 연계 개발해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조성하겠다는청사진을 내놓았다.

◇ 후보마다 왜 목매나…“도시에서 대규모 개발 가능한 유일한 땅” 도시 팽창에 따라 군부대가 도시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면서 지역 발전 걸림돌이 되는 사례는 분명히 있다.

10만3천㎡ 규모의 울산 옥동 군부대는 1968년에 조성됐다. 당시 울산 외곽이었던 옥동이 아파트 단지와 법조·교육 중심지로 조성되면서 노른자위가 됐고, 동시에군부대는 애물단지가 됐다.

지역 주민들은 20여년 전부터 국방부와 울산시 등에 군부대 이전을 요청했다.

이런 여론을 정치인들이 가만히 듣고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 군부대가 옮겨가면 그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공원이나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들어와도 좋고, 대단위 상가나 아파트가 들어서도 지역 발전이나 부동산 가격에 나쁠 게 없다.

사업이 순조롭게 완료되면 공약을 내걸었던 정치인은 모든 결실의 자신의 치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

정준금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심의 군부대 부지는 사실상 이미 포화상태인도심에서 대단위 개발사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땅”이라면서 “특히 시민들은 도심의군부대를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일종의 혐오시설로 인식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장밋빛 미래만 넘쳐나…“대책은 없고 호언장담만” 비판도 군부대를 옮기는 일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울산 군부대도 부지 소유권이 국방부(13%)와 산림청(87%)으로 양분돼 있어 소유권 합병을 위한 협의에 진통이 길었다.

가까스로 두 기관이 부지 소유권 문제를 풀었지만, 앞으로 울산시가 바통을 이어받아 국방부와 이전 논의를 벌여야 하는 험난한 절차가 남았다.

부지를 사들이거나 다른 부지와 교환하는 등의 방법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선택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광주 군공항도 2017년까지 부지를 정하고 2025년까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목표지만, 이전 후보지 주민의 반발이나 5조∼6조원으로 추산되는 재원 확보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현재 인천 부평에 출마한 후보들은 예비군통합훈련장의 부평 이전을 막고자 여야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방부는 2019년까지 인천 계양, 경기 김포 등 6곳의 예비군훈련장을 통합해 부평시 산곡동 인천훈련대를 창설할 계획이다.

후보들은 부평에 군부대 10여 개가 330만㎡ 부지를 쓰고 있고 정부가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이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부평에 통합훈련장을 두는 게 부적절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옮기겠다”는 정치인이 있는 반대편에는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정치인이 버티고 있기 마련인 셈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군부대 이전 공약을 한 후보 중 ‘어디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후보가 있느냐. 옮겨갈 지역에도 주민이 있고 국회의원이 있을 텐데 누가 군부대를 환영하고 받아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대표는 “국회의원은 ‘지역 일꾼’이자 ‘국가의 일꾼’인 만큼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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