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11 20:26
수정 : 2016.04.12 09:07
한국언론학회 저널리즘연구회(회장 배정근)가 주최하는 세미나가 지난 8일 숙명여대에서 열렸다. ‘시민단체의 언론 감시 활동: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이날 모임은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언론학자들이 만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학자들은 현실과 거리를 두어 관찰하려다 보니 정작 현실로 벌어지는 중요한 것을 놓칠 우려가 있다. 활동가들은 꼼꼼한 감시로 망라된 현실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한발짝 떨어진 조망을 할 겨를이 없다.
‘우리는 왜 총선 보도를 감시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시작과 함께 무력감부터 털어놓았다. 아무리 외쳐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이걸 왜 하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고 자문하곤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선거 보도 행태는 변하지 않았고 기술만 세련돼졌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여당 후보 유세현장은 많은 청중과 밝은 분위기로, 야당 후보는 그 반대로 편집하던 수법은 없어졌다. 그러나 엉뚱한 이슈나 가십성 보도로 정책 선거를 방해하는 ‘눈 가리기’,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북풍몰이’, 투표 의지를 낮추는 ‘정치혐오’, 여당 편향과 소수 정당 외면으로 인한 ‘불공정성’은 여전하다고 했다.
새로운 현상이라면 지상파 방송은 총선거에 대해 잘 보도하지 않는 반면 종합편성채널은 너무 많이 보도하는 것이다. 여성민우회가 지난 3월9일부터 15일까지 한국방송(KBS) <뉴스 9>를 모니터링한 결과 이 프로그램이 많이 다룬 주제는 알파고, 북한, 총선, <태양의 후예> 순이었다. 지상파에선 선거 소식을 잘 볼 수 없으니 시민들은 “편향적인 것을 알면서도 종편을 자꾸 보게 된다”고 한다. 언론인권센터 보고서를 보면 종편 출연 인사들은 “극단적인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보수우파 정당 특히 청와대의 입장을 본인들과 동일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 출연자는 “70세의 권력욕이 20세의 성욕보다 세단다”라며 야당 대표를 조롱하기도 했다. 종편은 심지어 방송 중인 화면이나 음성과는 상관없이 자사의 정치적 추측과 평가를 자막으로 깔기도 한다. “김종인, 더민주 바지사장임이 드러났나”, “더민주, 친노-친문이 주류임이 드러났나”, “김종인, ‘노욕’ 정치인으로 이미지에 큰 상처” 등의 자막이다. 종편에는 ‘낙인찍기’와 ‘단정적 표현’ 등 교과서에 나오는 선전기법들이 넘쳐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탄식에 학자들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답을 했다. 지난 1일에 한국방송학회 저널리즘 전공자들도 총선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한겨레> 4월5일치 ‘여권은 띄워주고 소수정당·유권자 목소리는 죽이고’). 분석 결과, 한국 방송들은 여당의 주장과 공격을 옮겨주지만 야당은 그 반대로 공격당하는 내용을 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정의당 등 작은 정당에 대한 보도 또한 드물었다. 불공정한 모습이다. 졸고 있거나 애완견 노릇을 하고 있는 감시견들을 시민단체와 학자들이 오히려 감시하며 깨우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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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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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한국 땅에 정치 뉴스를 내보내는 전국 단위 채널이 9개나 된다. 미국보다 많은 수의 이런 방송 대부분이 보수 편향이다. 정부가 장악한 공영방송은 정치혐오와 무관심을 부추긴다. 종편은 모기업 신문의 정파성을 방송에 옮긴다. 게다가 적은 돈으로 높은 시청률을 챙기려 선정성에 열을 올리니 편향성은 증폭된다. 내일 대한민국 제20대 총선거는 이런 환경에서 치러진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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