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13 17:17
수정 : 2016.04.13 18:35
‘시민의 날개’ 누리집 개설…모바일 앱 만들어 버튼 ‘신고’
지역별 텔레그램방 253개 열어…3000여명 시민 정보 공유
“시민의 눈으로 끝까지 투표함을 지키겠습니다.”
4월13일 오후 6시, 전국의 투표소에서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현장을 밀착 감시하겠다고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김상호(49)씨가 지난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알게된 시민 3명과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실시된 사전 투표 투표함을 지키고, 부정 선거를 감시해보자’라는 내용의 제안문을 트위터에 띄운 게 시작이었다.
이들의 제안문을 보고 순식간에 모여든 시민들이 의기투합해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인 ‘시민의 날개’ 누리집이 만들어졌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서울 강남구을 선거구 개표 과정에서 미봉인 투표함이 발견되는 등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던 터라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들은 ‘시민의 눈’이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직접 만들어 각 투표소에서 의심스럽거나 문제적인 상황이 보일 때 곧장 버튼을 눌러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시민들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역별 대표를 선정해 텔레그램방 253개를 열었다. 여기에 자발적으로 모인 3000여명의 시민이 각 지역에 사전 투표함이 보관된 선관위 사무소 앞을 지키며 24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에 있는 모든 투표함 보관소를 감시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 오차 범위 내에 있는 격전지 등 ‘집중감시지역’ 30곳을 선정했다.
김씨는 “선관위 공무원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들이 투표나 개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게 시민의 눈이 활동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신성주(52)씨는 시민의 눈을 자처한 이들 중 하나다. 그는 경기도 고양시갑 지역에서 3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투표 감시단으로 활동하며 4박5일 동안 밤을 지새웠다.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신씨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경제가 어려워지고 중산층이 붕괴됐다. 경제 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되면서 정치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된다고 더 생각하게 됐다”며 감시단에 합류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투표소에서 벌어지는 모든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관내 투표함 관리만큼 관외 투표함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부터 이틀 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유권자가 자신의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경우 ‘관내’로,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투표를 한 경우 ‘관외’로 구분된다. 관내에서 사전투표가 끝나면 투표함에 담겨 관할 선관위로 이송되는 반면, 관외의 경우에는 우체국에 인계돼 등기우편으로 관할 선관위에 도착하게 된다.
그는 “사전투표 참관인들이 관외 투표함에 있는 회송용 봉투를 우체국에 인계할 때 참여하고 확인해야 하는데, 그냥 집에 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관외 투표함 이송 과정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데, 실제로 보니 허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4박5일 이어진 감시단 활동은 사전투표함 지키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선거가 끝난 뒤, 감시단 활동 자료를 정리해 종합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씨는 “감시단을 꾸리면서 선관위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며 “한국의 선거는 투표와 개표 과정이 복잡한데다 관리가 소홀한 것도 문제인데, 이런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선거법이 재정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의 눈’은 개표 현장으로도 찾아간다. 이들은 13일 오후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서울 합정동 국민티브이 지하카페에서 방송 스튜디오를 마련해 시민참여 라이브 개표방송 ‘더 개표 라이브’를 실시간 생중계(
▶바로가기)할 예정이다. 개표 방송을 기획한 서정우(46) ‘선거파티’ 대표는 “전국 190여개 개표소 개표 현장에 사전 교육에 참여한 시민의 눈 참관인이 나가있다”며 “개표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연결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민변에 법률 자문을 구해 관련 의혹을 해소 시키겠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시민의눈’ 경기도 고양시 투표 감시단 신성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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