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수십년간 지속돼왔던 영호남 지역구도가 이제 확실히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왼쪽부터) 31년 만에 대구에서 첫 야당 의원이 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구갑 후보, 부산에서 시장 선거를 포함해 세번째 도전 끝에 당선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진구갑 후보, 호남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정현 새누리당 순천 후보가 13일 밤 당선이 확실시되자 각자의 선거사무소에서 환호하고 있다. 대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부산 순천/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한 4·13 총선에선 강고한 영호남 지역구도에도 의미있는 균열이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10석 가까운 의석을 확보하고, 새누리당도 ‘불모지’ 호남에서 2석을 확보했다.
14일 새벽 1시 현재 개표 상황을 보면 부산에서는 김영춘(부산진갑)·박재호(남을)·전재수(북강서갑)·최인호(사하갑)·김해영(연제)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이 2석(사상 문재인, 사하을 조경태)을 얻은 것에 견주면 눈에 띄는 약진이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이 1석(김해갑 민홍철)을 얻는 데 그친 경남에서는 민홍철(김해갑)·김경수(김해을) 후보가 당선됐다. 이로써 더민주는 19대 총선 때에 견줘 3배 가까운 의석을 부산·경남권에서 얻게 됐다.
새누리당의 ‘30년 아성’ 대구에서는 김부겸(수성갑) 더민주 후보가 당선됐다. 김 후보는 야당 후보로서는 31년 만에 대구에 야당 깃발을 꽂았다. 야권 성향인 무소속 홍의락(북을) 후보도 새누리당 후보를 압도하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19대 국회에서 더민주 비례대표를 지낸 홍 후보는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돼 공천이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국민의당 돌풍이 거센 호남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전남 순천에서는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재선 고지에 올랐다. 이 후보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로 야권 표가 분산되는 사이 막판 역전극을 펼치며 당선됐다. 전북 전주을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가 재수 끝에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정 후보 역시 더민주·국민의당 후보와의 ‘3자 구도’에서 수혜를 입은 경우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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