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 선대위 해단식에서 20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기에 앞서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은 원유철 원내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이 정치 전문가나 여론조사 기관보다 몇 수 위
호남·부산·대구의 반란은 정치 ‘구조’ 자체를 뒤흔들어
야권 단일화를 떠들지 않은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더민주가 안철수 덕분에 지역주의 덫 벗어나
‘진보’는 2004년 이래 최악의 성적표…새 틀 필요”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2년 만에 원내 제2당으로 밀려나고 박근혜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결과가 빚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안도의 목소리와 환호성이 함께 나왔다. 하지만 진보 정당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얻지 못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언론인이자 방송인인 허지웅씨는 14일 트위터(@ozzyzzz)에서 “이번 결과의 상징성은 ‘어찌됐든 투표하면 바뀐다’는 작은 승리의 경험”이라며 “승리의 경험치가 쌓였을 때 작은 실패에도, 큰 성공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끝없는 남탓과 비관의 굴레를 끊는 데 ‘작은 승리의 경험치’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했다. 배우 김의성씨도 트위터(@lunaboy65)에서 “어쨌거나 나는 새누리당의 200석을 진심으로 걱정했고,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 정말 기쁘다”라며 “그런 공포감 속에서도 총선 과정에서 야권 단일화를 떠들지 않은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고 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도 트위터(@mindgood)에서 “이번 총선의 최대 패자는 박근혜”라며 “지긋지긋한 진박놀이에 여당 지지자마저 등을 돌려 기권하거나 제3당에 표를 준 것이다. 어쨌든 국민은 여당을 심판하고 야당끼리는 경쟁을 시킨 셈인데, 여권 승리를 예상한 정치 전문가나 여론조사 기관보다 몇 수 위에 있었던 셈”이라고 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국어국문학)는 페이스북에서 “과거 총선(1985년과 1988년, 2004년 총선)의 ‘승리’를 기억하지만, 이런 ‘심판 선거’를 처음 본 듯하다”며 “호남과 부산, 대구 등에서의 반란은 정치 ‘구조’ 자체를 뒤흔든 의미가 있고, 이명박근혜 시대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민이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결코 작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천 교수는 다만 “‘진보’는 2004년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것”이라며 “사회가 보수화되었다기보다 2012~2014년의 파란과 탄압의 후과를 다 극복하지 못했다 봐야겠다”고 했다.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13석을 받으면서 약진했지만 경선 파동과 이어진 박근혜 정부의 탄압 문제가 여전히 굴레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천 교수는 “현재 ‘진보’는 반드시 새 틀이 필요하되, 이를테면 모던과 포스트모던, 노동과 ‘(좋은 의미의) 탈노동’, 적과 녹, 투트랙이어야 하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며 ‘다른 사회’의 비전을 대중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수의 재편’이라고 보는 분석도 나왔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트위터(@Worldless)에서 “총선 결과 참 절묘하게 보수의 재편과정을 보여준다”며 “더민주가 그토록 미워하던 안철수 덕분에 지역주의의 덫에서 벗어났다는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총선의 의미는 양당구도로 유지되던 보수의 질서에 국민의당이라는 변수가 나타남으로써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문재인이냐 안철수냐 갑론을박이 아니라 이런 변화가 향후 진보적인 의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보는 것일 터”라고 덧붙였다.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박권일씨는 페이스북에서 “20대 총선은 소위 ‘한국 정치 특유의 역동성’이 잘 드러난 선거였다”며 “그 역동성을 생산하는 망딸리떼는 패권주의다. 최선을 합의하고 만들어가는 일은 어렵고 힘드니 처음부터 배제하고, 차악일지라도 일단 쪽수를 모아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을 처벌하고 응징하겠다는 발상, 그것이 바로 패권주의”라고 했다. 그는 “1, 2, 3등의 등수가 휙휙 바뀌니 역동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사회는 좀처럼 진보하지 못한다”며 “그 1, 2, 3등의 정책이란 게 사실상 별 차이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