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14 19:34
수정 : 2016.04.14 22:31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가닥
천정배·정동영 등과 의견조율 과제
주승용 “국민 눈높이로 판단할 것”
제3정당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내세워온 국민의당이 이를 실현할 기반을 마련했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방향 아래 20대 국회의 각종 법안 처리 과정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 지난 회기에서 드러난 국민의당의 당론을 보면 향후 캐스팅보터로서 취할 입장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창당 초기였던 당시 국민의당은 쟁점이었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과 달리 ‘찬성’의 의견을 냈다. ‘경제 상황의 시급성’을 앞세운 것은 새누리당과 같았는데, 정부의 보완책으로 ‘재벌 악용 우려’가 해소됐다는 입장에선 더민주와 갈렸다.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당 의원들은 새누리당과 같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진 못했다. 새누리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한데다 여야 지도부 합의로 찬성표를 던진 일부 더민주 의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 논란 때는 나름의 중재안을 제시하며 제3당의 역할을 해보려 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주승용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정보위원회의 전임 상임위화 등 보완이 전제된 법안 통과를 중재안으로 내놨지만 여당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국민의당 의원들도 더민주의 주도로 시작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다. 노동4법 통과에 대해서는 파견법 등에 ‘반대’해 더민주와 당론이 같았다.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정부 여당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4법 등 이른바 ‘대통령 관심법안’ 처리 요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민의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의석 지형으론 새누리당도 더민주도 국민의당 협조 없이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문제는 국민의당 내부 당론 정리다. 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공동대표가 리더십의 주도권을 잡았으나, 천정배·정동영·박지원 의원의 합류로 현안마다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성식 최고위원, 이상돈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등 당내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도 과제다.
총선을 통해 호남이 국민의당 지지의 중심 기반이 된 만큼 합리적 보수를 내세워 남북관계 등 민감한 이슈에서 호남의 눈높이를 벗어난 선택을 할 경우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사안마다 일관되지 못한 입장을 취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선거 기간 “여당도 야당도 정부도 잘못했다”는 안철수 대표의 태도는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14일 통화에서 “중도 개혁 정당으로 캐스팅보트에 확실한 역할을 할 것이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당론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대표로서 교섭단체 구성만 해놨지 한번도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못한 만큼 국민들에게 ‘제3당이 이래서 필요하구나’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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