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14 19:45
수정 : 2016.04.14 21:10
김태호도 사퇴…이인제·김을동 낙선
최고위 사실상 와해
친박, 이정현·원유철·정갑윤 거론
비박 “외부인사로”…강창희 등 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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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선거 참패의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부터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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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참패하며 원내 1당 자리를 내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사퇴했다.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패배 수습에 나설 작정이지만 비대위 구성을 두고 계파간 진통이 일 조짐이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부터 오만하고 부끄러운 모습으로 당력을 집중하지 못해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국민 여러분은 매서운 회초리로 심판했다”라며 “저는 선거 참패의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부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공천 파동에 책임을 지겠다”며 총선 뒤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참패 탓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총선에 불출마했던 김태호 최고위원도 “모든 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동반 사퇴를 선언했다.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은 낙선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긴급최고위를 개최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재로 전환하기로 했다. 부산지역 한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은 당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새로 출발해야하는 상황이다. 대선 주자들도 창피를 당해 이대로는 내년 대선도 쉽지 않다. 당명 교체까지도 생각해봐야한다”라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6~7월께 열릴 전당대회 관리와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를 다룰 전망이다. 모두 당내 정치 지형과 직결된 문제인 탓에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을 지를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의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친박 서청원 최고위원 쪽은 “최고위원에서 물러나더라도 누구에게 당을 맡기고 떠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사이에선 호남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지역구도를 타파한 이정현 당선자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당선자 역시 당이 위기에 처한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며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철 원내대표나 5선이 된 정갑윤 의원도 거론된다. 원 원내대표는 “맡을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친박을 포함한 비박계 쪽은 당내 인사로는 표심으로 반성을 요구한 민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며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새누리당 당선자는 “공천 파동의 일원이었던 지도부나 기존 당내 인사가 비대위를 맡는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도부는 모두 물러나고 사심이 없는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새누리당 당선자는 “일단 친박계는 비대위원장을 맡아선 안된다. 당내 마땅한 화합형 인물이 없다면 외부 인물에게도 가능성을 열어놔야한다”고 말했다. 당 주변에서는 당내 총선에 불출마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나 과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거론됐던 김황식 전 총리의 이름이 거론된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비대위 구성은 총선 패배 뒤 처음으로 국민에게 보이는 행동이다. 자칫 여기서도 갈등하고 욕심을 부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직도 새누리당이 정신차리지 못했다는 뭇매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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