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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14 22:58 수정 : 2016.04.15 15:35

전문가 5인의 평가와 전망
호남 넘어 전국적으로 고른 정당 득표율 보여
‘정권 심판+더민주 경고’ 양날의 칼로 활용된 것
심판론 작동땐 중도층과 보수 유권자들 흡수 가능

국민의당이 새누리와 손잡으면 호남서 용인 안해
더민주도 국민의당 포용하며 ‘혁신 경쟁’ 주도해야

1여다야 구도에서 야권의 참패가 예상됐지만, 20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제1당 등극과 국민의당의 약진, 새누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한겨레>는 14일 서울과 영호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정치학자와 정치컨설턴트 5명을 상대로 20대 총선에 대한 평가와 이후 펼쳐질 정국 상황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
서복경 서강대 연구교수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

-예상을 깨고 야당이 압승한 데는 정권심판론이 작동했다고 보나?

박성민 심판론이 강하게 분 것은 맞지만, 더민주가 앞세운 경제심판론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유권자가 경제실정을 심판했다면 그건 더민주가 이걸 내세워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경제를 못 다뤄 분노의 민심이 표출된 것일 뿐이다.

정한울 2월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 심판론’이 높았다. 그런데 3월부터 ‘정권심판론’이 고조됐다. 투표 과정에서는 더 상승했을 것으로 본다.

김태일 작동한 게 맞다. 박근혜 정권의 일방주의적 국정운영과 경제운용 실패에 더해 무차별 휴대전화 정보 조회에서 드러난 민주주의 후퇴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의 공천 난맥에 대한 심판이 더해졌다고 본다.

오승용 새누리당을 겨냥한 경제심판론과 더민주에 대한 야당심판론이 동시에 작동했다. 이를 포괄하는 게 정치심판론인데, 국민의당의 선전에서 잘 드러났다.

1여다야 속 수도권 야권 압승
중도층에 새 선택지 제공
야권분열 아닌 야권확장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

-1여다야 구도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정한울 1여다야였지만, 국민의당의 경쟁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민주가 승리할 수 있었다. 수도권은 사실상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1 대 1 구도였다.

오승용 교차투표가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쳤는지는 명확히 평가하기 힘들다. 확실한 것은 야권의 확장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제1야당과 진보정당의 연대라는 형식으로 확장이 시도됐지만 성공과 실패가 교차했다. 이번엔 그 반대였다. 심판론이 작동하는 대통령 선거나 정권 말기 선거에선 중도·중간 정치세력을 통한 확장 전략이 보수 여당을 지지해온 중간층과 보수유권자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성민 야당 지지층은 결집한 반면, 여당 지지층은 이탈했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줄곧 지지율 30%대에 묶여 있었다. 30%대의 박근혜 대통령을 긍정평가하는 핵심 지지층을 제외하곤 다 이탈한 거다. 국민의당의 선전 역시 야당 지지자들의 ‘전략투표’ 덕이라기보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지지층을 잠식했기 때문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

서복경 서강대 연구교수

-국민의당이 지역구뿐 아니라 정당투표에서도 선전했다. 국민의당이 여야 지지층 모두에게서 선택받았다고 볼 수 있나?

서복경 그렇게 보긴 이르다. 호남에서 압승한 것은 유권자들이 더민주를 향해 ‘우리도 다른 선택 할 수 있다’고 항의한 거다. 전국적으로 고른 정당득표율을 보인 것은 유권자들이 ‘당신들이 앞으로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보자’는 거다. 여기에 대해 국민의당이 응답해야 한다.

오승용 교차투표가 위력을 발휘한 데서도 드러나지 않았나. 지금까지 보수적 유권자들에겐 새누리당 외에 선택지가 없었는데, 이번엔 국민의당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야권의 확장이 맞다. 다만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새누리당 심판 분위기였다. 만약 정권심판 여론이 강하지 않은 임기 초 선거였으면 국민의당은 고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

정한울 유권자들은 정권도 심판하고, 호남에 안주하는 야당에도 경고를 주기 위해 국민의당을 활용한 거다. 노선이나 비전, 인물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다. 호남을 제외하곤 지역구에서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가 거의 없었다는 데서도 드러나지 않나.

박성민 국민의당을 야권의 대안으로 받아들인 건 아니다. ‘3당 구도’를 선택한 거다. 지금 유권자들에겐 양당 기득권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1등 하는 집권당과 아무것도 안 해도 2등 하는 더민주에 대해 강한 분노가 있다. 경쟁체제를 만들어서 1·2당 모두 움직이게 만들어야겠다는 민심이 작동했다고 본다.

국민의당 캐스팅보터 역할
지역기반이 명확히 호남
새누리와도 손잡을지 관심

-기존의 여야 대결 구도에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면서 타협의 정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김태일 타협의 긴급성과 필요성이 분명한 사안을 선택해 존재를 드러내 보일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지지층과 비판층 모두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될 거다.

정한울 국민의당으로선 밖에서 관전하고 비평만 하다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거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불신과 반발을 초래하게 되는 딜레마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 지지층과 비판적 유권자들과 동시에 소통하고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오승용 쉽지 않다. 캐스팅보터의 핵심은 협상·타협 능력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타협의 전통이 없다. 과거 다당구도에서 긍정적으로 의회가 운영된 것은 13대 국회가 유일했다. 그때는 ‘민주화’라는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변수가 있었기 때문에 김종필의 공화당까지 야당의 블록 안에 들어왔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없지 않나.

서복경 국민의당으로선 난처할 거다. 지역 기반은 명확히 호남인데,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려면 더민주뿐 아니라 새누리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운신 폭이 허락돼야 하기 때문이다. 호남 지지층이 그것을 과연 용인할 것인지가 변수다.

박성민 잘 모르겠다. 의석 분포가 협상·타협이 불가피한 절묘한 황금분할인 건 맞다. 거대 양당인 더민주와 새누리당 어디도 독자적 힘으로는 원내 주도권을 쥐기 힘들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기간 막판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에도 호남이 압도적으로 의석을 국민의당에 몰아준 이유는 뭘까?

서복경 선거 국면에 보면 더민주에 대한 비판 여론은 굉장히 증가했는데 그럼에도 대선주자 지지도 1위는 문재인이었다. 호남 유권자들은 양가적 메시지를 준 거다. 더민주에 대해 할 만큼 했는데, 달라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 것으로 본다.

오승용 방문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메시지가 문제였다. ‘호남홀대론’에 대한 오해를 풀겠다고 했지만, ‘사실이 이러니 오해하지 말라. 그럼에도 나를 지지해주지 않으면 정계 은퇴할 수 있다’고 도발하는 모양새가 돼버린 거다. 이 때문에 현역 물갈이 등 다른 주요 이슈가 묻히고 선거구도가 ‘문재인 신임투표’로 전환돼 버렸다.

김태일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호남과 이른바 ‘리버럴’ 세력의 불화는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갖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극복 신호탄?
아직은 개인이 신뢰 얻은 것
세력으로 발전시키는 게 과제

김태일 영남대 교수

-대구·부산에서 더민주 후보가, 전남·전북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했다. 지역주의 극복의 신호인가?

김태일 한 세대 남짓 이어진 지역주의의 폐해에 영호남 모두 염증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지금은 후보자 개인에 대한 신뢰에 가깝지만, 이들이 잘하면 세력과 집단에 대한 신뢰로 발전해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

오승용 이들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독식구도에 균열이 생긴 건 맞는데, 이걸 지역주의 극복의 신호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호남 모두 상대 당의 실패 위에서 후보 개인의 노력과 개인기로 돌파한 측면이 크다.

서복경 2014년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이 당선된 게 결정적이었다. 대구 김부겸의 당선 역시 개인의 노력과 자질 못잖게 ‘이정현은 호남에서 됐는데 대구가 김부겸 떨어뜨리면 창피하다’는 정서가 작용한 거다. 양자간 상쇄효과라고 할까. 양쪽을 결집하게 만들던 구조적 힘이 이완되고 있다.

더민주·국민의당 관계
성급한 통합은 시너지 못 내
지지층 어떻게 묶을지 관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나?

정한울 더민주의 태도가 중요하다. 3당인 국민의당과 경쟁하려 해선 곤란하다. 국민들은 야당이 서로 싸우고 분열했다고 본다. 그런데 누구도 야권 분열에 대해 반성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 더민주가 국민의당을 포용하면서 ‘혁신을 통한 경쟁’을 주도해야 한다. 같이 싸우면 공멸이다.

김태일 당분간 통합 논의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각자가 지지기반을 동원하면서 합쳐야 효과가 있다. 급하게 합치면 시너지가 없다. 두 당은 지지기반 자체가 다르다.

서복경 두 당은 변화의 대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다른 당과의 연대는 상황과 사안에 따라 새누리당과 더민주 모두를 두고 관계를 조율해야 할 거다.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정당의 위축이 두드러진다.

박성민 선거제도 개선 없이는 어렵다고 본다. 비례대표를 찔끔 늘리고 지역구에선 야권연대로 양보하겠다는 것보다는 차라리 더민주와 통합해 내부에 진보블록을 만드는 게 나을 수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전면도입하기 어렵다면, 중선거구제를 차선책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오승용 단순히 ‘국민의당 효과’ 때문이라고 보는 건 무리다. 국민의당 등장 이전에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한 후유증이 너무 컸다.

서복경 정의당 지지율이 7.2%에 그쳤지만, 지지율이 호남과 수도권, 울산 정도에서 높게 나오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진보정당의 존재 증명은 된 거다. 세력 확장이 어렵다고 보진 않는다.

정한울 거대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층을 잡아야 하는데 그걸 다 국민의당에 뺏긴 거다. 매번 선거 때 단일화에만 힘쓰는 것은 곤란하다.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버니 샌더스의 사례도 참조할 만하다.

이세영 성연철 기자 monad@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15_국민의당, 새누리당 표 잠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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