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2.24 21:33
수정 : 2016.02.25 11:13
“대통령의 국민과 제가 아는 국민 달라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테러 낳아
독재·인권탄압 후대에 물려줘선 안돼”
샌더스·박한상 전 의원의 기록 넘겨
본회의장 떠난 뒤 병원으로 가
|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낮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반대하며 10시간18분 동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한 뒤 발언대를 내려오며 눈물을 흘리자 동료 의원들이 끌어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24일 낮 12시48분, ‘618분’간의 토론을 마친 뒤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내려온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눈물을 쏟았다. 그는 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의 필리버스터 기록인 8시간37분,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에 반대하면서 세운 10시간15분을 넘겼다. 그는 토론을 마감하며 “약자를 위한 정치엔 여당도 야당도 없고 보수도 진보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직 국민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과 제가 현장에서 직접 뵙는 국민이 다르다. 다르지만 어떻게 하면 같이 살까 이 생각 좀 하자”고 말했다.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본회의장을 떠난 은 의원은 병원으로 가서 링거 주사를 맞았다. 밤을 새우며 발언해 파김치가 됐을 텐데도 이날 오후 전화선을 타고 흐르는 목소리는 의외로 씩씩했다. 그는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인권의 문제가 분쟁과 폭력, 테러를 낳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었다”며 “발언을 하는 내내 우리가 왜 여당과 싸우는지 지지자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며 대화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70~80년대 독재와 인권탄압으로 겪은 우리의 고통을 다음 후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며 “정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열린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에 부정적인 동료 의원들에게 “테러방지법으로 고통받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빠질 수 있느냐. 선거에 도움이 되든 안 되든 우리가 그 고통에 동참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는 “나와 김광진 의원이 버티면 다른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을 공부하고 발언 내용을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낸 은수미 의원은 전날에도 하루 종일 지역을 돌다 오후에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바로 발언 자료를 준비하느라 저녁도 거른 채 발언대에 올랐다고 한다. 앞서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이 5시간33분 동안 발언하는 동안 부지런히 토론 자료를 모았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달아놓은 500여개의 댓글을 보면서 관련 자료들을 찾아 결국 300여쪽에 이르는 A4 종이뭉치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은 의원은 “언제쯤 발언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직 읽어야 할 자료가 1개 더 있었는데 갑자기 몸속에서 뭔가 툭 끊어지는 듯 ‘다운’이 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밀려들었고 눈물이 났다. 이때 발언을 마무리지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