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실종 7살 어린이 1년 이상 방임·학대 흔적…행방은 오리무중

경기도 평택에서 부모의 학대를 받다 실종된 7살짜리 남자 어린이는 1년여 전 공립유치원에 다닐 당시 아동학대의 하나인 ‘방임’이 의심됐으나, 적극적인 보호와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어린이는 1년 가량 평택의 한 지역아동센터를 오가며 끼니를 해결했고, 몸에서 멍자국 등이 발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경찰과 교육당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실종된 어린이 신군은 계모 김아무개(38)씨에게 수시로 구타를 당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밥을 굶기다 지난달 20일 길에 버리고 홀로 귀가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신군은 2014년 9월1일부터 12월 초까지 4개월 동안 거주지 인근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을 다녔다. 당시 신군은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등 ‘방임’이 의심돼 담임교사가 여러차례 부모와 통화해 상담했고, 심지어 아버지 신아무개(38)씨와 통화하면서 말다툼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담일지에는 교사가 “신고하겠다”고 하자 아버지 신씨는 “가정 사정이 있는데 함부로 신고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했고, 교사가 방임 의혹을 제기하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아이인데 무슨 얘기냐, 내가 바빠서 그렇다”고 둘러댄 것으로 기록돼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25조)에는 초·중학교 교장은 의무교육 대상 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면 보호자에게 학생의 출석을 독촉·경고하도록 돼 있다. 7일이 지나도 결석이 계속되면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신군은 유치원생이어서 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교육부가 발표한 미취학 아동 관리 매뉴얼을 보면, 미취학·미입학 첫날 학생 소재가 확인되지 않거나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경찰에 수사 의뢰하게 했다. 아버지 신씨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인 아들을 1월7일 예비소집일에 데려가지 않았고, 같은 달 14일 초등학교에 입학유예를 신청했다. 그러나 학교 쪽은 정당한 사유가 없어 이를 반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신씨가 “3월2일 학교에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당일 입학식에 불참하자 학교 쪽은 3일 읍사무소에 알리고 4일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이뤄졌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평택경찰서는 9일 오후 신씨와 김씨 부부를 구속했으며, 이들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프로파일링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계모 김씨가 처음에는 “부부싸움 중 아이가 집을 나갔다”고 주장했다가 수사가 본격화하자 “지난달 20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버리고 혼자 돌아왔다”고 말을 바꾼 점을 감안해,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또, 김씨의 학대나 유기 사실을 몰랐다는 남편 신씨는 없어진 아들을 상당한 시간 동안 찾지 않아 의심을 사고 있다.

경찰은 신군을 찾기 위해 전단지를 뿌리고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9일 오후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 평택/김기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