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3 19:52
수정 : 2016.03.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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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기도 평택시립추모공원에 안치된 신원영(7)군의 사진을 지역아동보호센터 관계자가 어루만지고 있다. 신군은 계모의 학대와 친아버지의 방임으로 죽임을 당한 뒤 야산에 암매장됐다가 발견됐다. 평택/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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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무관심속에 스러진 7살
한겨울 욕실갇혀 락스·찬물 세례
2년전 학대신고로 아동기관 조사
유치원서도 아빠와 상담했지만
“내 자식이니 상관말라”에 발목
부모, 아이사망뒤 범행 은폐위해
“원영이 잘있지” 거짓문자 주고받아
끔찍한 학대를 받다 숨진 신원영(7)군의 죽음은 아동학대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사회시스템의 부재가 부른 또 하나의 ‘참극’으로 기록되게 됐다. 신군은 한겨울 발가벗겨진 채 욕실에 갇혀 ‘락스와 찬물 세례’를 받으며 3개월을 홀로 버티다 숨졌다. 아동학대에 대한 모호하고 허술한 사회안전망은 “내 자식인데 무슨 상관이냐”는 악마 같은 부모 앞에 무기력했다.
신군의 학대가 의심된 것은 2014년 3월. 겨우내 신군 남매를 돌본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의 신고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계모 김아무개(38)씨는 “무슨 상관이냐”며 문전박대했다. 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 알면서도 손을 쓸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당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시행규칙이 제정(2014년 9월)되기 전이라 대응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신군은 그해 9~12월초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녔다. 담임교사는 학대와 방임을 의심해 여러 차례 아버지 신아무개(38)씨와 통화해 상담했다. 교사가 “신고하겠다”고 하자 신씨는 “가정 사정이 있는데 함부로 신고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했다. 유치원 쪽은 “지역아동센터가 수차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별도로 수사기관에는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군은 방학을 한 달여 앞두고 유치원에 나오지 않아 무단 퇴원 처리된 뒤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올해 3월까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유치원생은 의무 취학 대상이 아니라 퇴원·전출 신청서를 교육당국에 제출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이웃·학교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한 아동학대 조기발견 체계 구축 계획을 내놓고,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교사, 주민센터 공무원 등이 의무교육 미취학, 장기결석 어린이의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확인하도록 했다. 그러나 보육·교육시설에 다니지 않는 어린이의 가정 내 학대는 드러나기 어려운데다, 사회 전반에 팽배한 ‘무관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제도로 아동학대를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신군의 장례식은 13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빈소는 따로 마련되지 않았고, 어린 죽음을 애도하는 꽃 한 송이도, 조사 한마디도 없었다. 유족과 공재광 평택시장, 지역아동보호센터 관계자 등 20~30명이 신군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앞서 평택경찰서는 지난 12일 새벽 신씨 부부한테서 아들을 평택시 청북면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자백을 받고 수색에 나서 신군의 주검을 발견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신군을 욕실에 가두고 학대했으며, 지난달 1일 신군이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찬물을 끼얹고 밥을 주지 않은 채 20여시간 동안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부는 다음날 신군이 숨진 것을 확인한 뒤 “원영이 잘 있지”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가 하면, 초등생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구입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뻔뻔한 각본을 짠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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