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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3 21:38 수정 : 2016.03.17 13:47

친아버지와 계모한테서 끔찍한 학대를 당하다 숨진 7살 신원영군이 13일 한 줌의 재로 봉안됐다. 짧은 생애 대부분을 공포와 고통 속에 살다 간 신군의 비극에 가슴이 막힌다. 온몸에 락스를 들이붓거나 찬물을 끼얹어 욕실에 가두는 등 학대 수법도 잔인하기 이를 데 없지만, 아이가 숨진 뒤 “원영이 잘 있지?”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 등 거짓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범행을 은폐하려 한 부모의 행태는 소름을 돋게 한다.

신군이 숨진 지난달 2일은 잇따른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충격에 휩싸여 있던 때다. 그런 와중에도 신군은 계속 학대를 당했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르렀다니 절망스러울 뿐이다. 신군이 학대당하고 있는 정황에 대해 첫 신고가 이뤄진 2014년 3월 역시 울산 계모 사건으로 정부의 아동학대 종합대책이 발표된 직후였다. 그해 9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뒤에도 신군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처는 취해지지 않았다.

말뿐인 대책은 아무리 반복해도 소용이 없다. 몇 해 전부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일회성이나 면피성에 그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동학대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선 현장에서 ‘우리 아이 일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부모의 비뚤어진 항변이 여전히 통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 공동체의 인간성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지울 수 없다. 명색이 부모인데 어린 생명을 상대로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런 ‘악마성’을 배태하고 키운 건 무엇일까. 우리 내부에서부터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가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어린이·청소년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경향은 우리가 과연 근대사회를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만연해 있다.

아동학대를 막을 촘촘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런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성찰이 절실하다. 그래야 제도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학대당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고귀한 인간임을 자처할 수 없다. 아동학대는 우리 모두의 존엄성이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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