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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5 20:44 수정 : 2016.03.17 11:20

영화 ‘너는 착한 아이’ 오미보 감독. 사진 디스테이션 제공

영화 ‘너는 착한 아이’ 오미보 감독

24일 한국 개봉 앞두고 내한인터뷰
작년 일본서 영화 ‘베스트 10’ 올라

오미보(사진·38) 감독은 조부모,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재일교포 3세다. 그가 만든 영화 중 <그곳에서만 빛난다>는 일본의 대표적 영화 잡지 <키네마 준보>에서 선정한 2014년 베스트 영화 1위, <너는 착한 아이>는 2015년 베스트 톱 10에 올랐다. 재일한국인 여성감독이면서 일본 영화 차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그가 <너는 착한 아이>의 24일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너는 착한 아이>는 아동 학대 문제를 그렸다. 그는 영화에 대해 “지난해 6월 일본에서 <너는 착한 아이>가 개봉했을 때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나도 같은 사람’이라고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아이를 학대하지 않더라도 육아의 어려움을 느끼던 여자들이 공감을 표하기도 했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아동학대 부모를 ‘몬스터 페어런츠’, 괴물같은 부모라고 부른다. 2010년 오사카에서 남매를 학대끝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생기면서 아동학대 문제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쓰여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너는 착한 아이>는 학대받고 자란 아이가 또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가 된 이야기, 가족에게 버려진 치매 할머니, 자폐아, 학대당하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이들을 구할자 누구인가?

“영화에서 해결의 열쇠를 쥔 사람이 둘 나오는데, 하나는 늘 오사카 사투리로 ‘넌 예쁜 아이야’라고 속삭이며 학대받는 아이를 보듬는 동네 할머니고 다른 한 명은 마음속에 사랑을 가득 채운 남편이다.” 피가 섞인 가족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영화에서 선생님이 학대 아동의 집 문을 두드리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치매 할머니와 자폐아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남의 집 울타리를 넘어설 용기를 가진 이웃들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운다.

9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한국을 찾은 오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땐 아이가 생긴 줄도 몰랐는데 아이를 때리는 장면을 찍으면서 죄책감을 느꼈다. 일본서 개봉 직전에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를 키워본 지금 같은 장면을 촬영하라면 못할 것”이라면서도 “학대받고 학대하는 엄마가 어떻게 출구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부분을 그리기 위해선 제대로 마음을 다잡고 제대로 찍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오사카 예술대학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스크립터로 영화 현장에 발을 딛은 그는 처음으로 쓴 <사카이 가족의 행복>이란 영화 시나리오로 선댄스 엔에이치케이 국제 영상작가상을 받았다.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같은 일본영화 경향을 잇고 있다는 평을 듣는 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남자들이 표현하지 않았던 부분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자매들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보면 아저씨가 여자들 이야기를 이렇게 표현한다는 점이 놀랍다. 이 아저씨 마음엔 여자가 살고 있나보다 싶을 때가 있다. 한편으론 여자들이 담긴 화면을 보면 색기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고 남자가 여성을 보는 시선을 알 수 있다. 제 경우엔 <그곳에서만 빛난다>에서 나온 러브신을 많이들 이야기 하는데 남자들은 70년대 일본 포르노 같은 느낌이라고 하고 여자들은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고들 한다. 나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그런 이중적 느낌이 나만이 할 수 있는 뭔가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그가 가진 서로 다른 얼굴은 또 있다. “쭉 일본 이름을 쓰다가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면서 처음으로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그러나 “<가족의 나라에서>를 만든 양영희 감독, <피와 뼈> 최양일 감독, <훌라 걸스> 이상일 감독처럼 우리에게 알려진 재일 한국인 감독과 자신은 다른 맥락에 있다”고 말한다. “나는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 떠도는 존재로 살아왔다. 조선학교 경험이 전혀 없고 한국 문화에 위화감을 느낀다. 내가 만일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면 저분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순수한 한국 혈통이면서 일본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여성 감독. 새로운 영화는 그가 가진 여러가지 정체성에서 빚어진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디스테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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