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24 08:13
수정 : 2016.03.2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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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수사당국이 22일 테러가 벌어진 자벤템 공항 출국장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힌 테러 용의자의 모습을 공개했다. 공항 카트에 커다란 가방을 싣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벨기에 수사 당국은 “검은 옷을 입은 두명은 자살 폭탄 테러를 했고, 밝은색 옷을 입은 용의자는 폭발물이 터지지 않자 도망쳤다”고 발표했다. 칼리드와 브라힘 바크라위 형제가 검은 옷을 입은 이들로 추정된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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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바크라위 형제…파리테러 주범 살라 압데슬람과 연관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과 지하철역 테러는 형제 테러범의 자살폭탄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벨기에 수사 당국은 공항 폐쇄회로(CC) TV에 찍힌 달아난 테러 용의자 1명을 뒤쫓고 있다.
브뤼셀 테러를 수사하는 프레데릭 판 레이우 벨기에 검사는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벨기에 국적 칼리드(27)와 브라힘(30) 엘바크라위 형제가 각각 말베이크지하철역과 자벤텀 국제공항에서 자살 폭탄을 터뜨렸다고 발표했다.
브라힘은 생전에 자신의 컴퓨터에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불안하다. 교도소에 가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두었다. 경찰은 브뤼셀의 한 쓰레기통에서 이런 내용이 적힌 컴퓨터를 찾아냈다.
자폭해 숨진 다른 공항 테러범과 달아난 용의자 등 2명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도망간 용의자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브뤼셀에 거주한 엘바크라위 형제는 범죄 요주의 인물로 현지 경찰에 파악됐으며 아랍어를 할 줄 안다고 영국 BBC 등 유럽 매체들은 전했다.
칼리드 엘바크라위는 지난 15일 벨기에 경찰이 파리 테러 관련자들을 수색하다가 총격전을 벌인 브뤼셀 남부 지역의 아파트를 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거작전은 18일 파리 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 체포로 이어졌다.
이 아파트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깃발과 총기류와 기폭 장치 등의 무기가 발견됐으며 압데슬람의 지문도 채취됐다. 압데슬람은 체포돼현재 벨기에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벨기에 경찰은 압데슬람 체포 후 그와 관련이 있는 엘바크라위 형제를 추적해왔다고 RTBF 방송은 전했다.
형제 중 형인 브라힘은 2010년 강도를 저지르다 경찰에 총격을 가해 9년형을 선고받았고, 동생 칼리드는 2011년 총기 불법 소지 혐의, 차량 탈취 혐의 등으로 체포돼 5년형을 받은 적이 있다고 벨기에 언론들은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날 파리 테러 폭탄 조끼 제조범으로 알려진 나짐 라크라위(24)가체포됐다고 보도했으나 오보로 드러났다.
라크라위는 벨기에 수사당국이 압데슬람을 체포한 후 공개 수배 중인 인물로 이번 테러에도 연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당국은 테러 직후 브뤼셀 일대를 수색해 라크라위의 연고지인 스하르베이크지역의 아파트에서 못이 포함된 폭발장치와 화학물질, IS의 깃발 등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피아네 카얄’이라는 가명으로 알려졌던 라크라위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온상으로 꼽히는 몰렌베이크와 인접한 스하르베이크 출신이다. 그는 2013년 시리아에 다녀왔으며 압데슬람 등과 함께 가짜 벨기에 신분증을 갖고 작년 헝가리를 여행하기도 했다.
한편 형제가 함께 테러를 저지른 것은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를 비롯해 지난해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살라 압데슬람의 큰형인 이브라힘은 파리 테러 현장인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폭했고, 둘째 형인 모하메드는 파리 테러 발생 직후 벨기에에서 체포됐으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곧 풀려났다.
막내인 살라 압데슬람은 마지막 순간에 자폭을 포기하고 도주했다. 그는 파리 테러 주범 9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4개월 넘게 도피 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1월 파리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저지른 범인은 사이드·셰리프 쿠아치 형제였다. 2013년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사제폭탄 테러를 공모한 인물 역시 타메를란·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였다. 9·11 테러 당시에도 비행기 납치범 19명 중 6명(3쌍)이 형제였다.
이처럼 형제가 함께 테러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먼저 발을 담근 사람이 이후 형제나 다른 가족 구성원, 친척 등을 포섭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파리테러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한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 분석에 따르면 서방국가들에 대항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4분의 1 이상이 혈통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5분의 3은 실제 성전(지하드)을 위해시리아로 떠난 친척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가 120명의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조사한 결과 실제 외로운 늑대들이 자행한 테러 중 64%는 가족과 친구들이 테러범의 평소 발언 등을 통해 테러 의도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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