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24 08:16
수정 : 2016.03.24 08:16
|
22일 연쇄 테러가 발생한 벨기에 수도 브뤼셀 시내의 부르스 광장에서 두 시민이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놓인 촛불을 바라보며 서로 끌어안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
시청 앞 광장서 1분 추모 묵념 집회…“우리는 테러에 반대한다”
시장 “경제적 문제 해결·교육 등을 통해 극단주의 뿌리 뽑을 것”
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브뤼셀 연쇄 테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23일 정오(현지시간)가 가까워오자 브뤼셀 몰렌베이크 시청 앞 광장에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광장에 모인 1천여명의 몰렌베이크 주민들은 전날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1분간 추모 묵념을 했다.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아랍계 이주민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광장 주변의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낮 기도를 마친 무슬림들이 추모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였다.
집회가 끝난 후에도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제 사건의 충격과 슬픔을 서로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광장 주변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여성 직장인들은 점심 시간을 이용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결 같이 전날 테러에 엄청난 슬픔을 느낀다고 말하고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테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몬테네그로 출신이라고 밝힌 디네 카타이는 희생자들과 연대하고 테러에반대하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고 말했다. 몰렌베이크에서 거주하고 이 지역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약 10만명의 몰렌베이크 주민 대다수는 선량하다. 서너사람의 행위로 그 지역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술레이만 엘바케리는 “몰렌베이크에 대한 언론보도에 화가 난다. 나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여기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고 말했다.
모로코 출신 부모를 둔 그는 극단주의와 테러 문제는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일 뿐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민 3분의 1 이상이 무슬림인 몰렌베이크는 파리 테러 사건 이후 테러리스트의은거지로 주목받아 왔다.
파리 테러를 모의하고 실행한 용의자 상당수가 몰렌베이크 출신인 것으로 드러나 벨기에 경찰은 이 지역에 대한 수색과 경계를 강화했다.
파리 테러 주범 중 유일한 생존자인 살라 압데슬람이 자신이 거주했던 이 지역에서 지난 18일 체포된 지 나흘만에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에서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몰렌베이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벨기에 당국은 브뤼셀 테러 모의가 이 지역을중심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브뤼셀 서부의 넒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몰렌베이크 구역은 2000년에는 인구가 2만4천명에 불과했으나 아랍계 이민자가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현재는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지 않아 실업률이 30%를 넘는다. 몰렌베이크 구역의 카페에는 낮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TV를 보거나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광장 추모 집회에 참석한 프랑수아즈 쉐망 몰렌베이크 시장은 몰렌베이크의 현 상황에 대해 실업 문제 등 경제적 이유 뿐 아니라 이민 정책과 교육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쉐망 시장은 지난 20여년 간 서서히 문제가 축적돼 왔다고 밝히고 이민자들의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고 교육의 기회를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연방 경찰과 지역 경찰이 협력해 극단주의 세력을 뿌리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몰렌베이크의 지하철역은 전날 테러 이후 폐쇄됐다. 그 입구에는 희생자들을 위한 촛불과 연대를 표명하는 쪽지들이 부착돼 있다.
이들 쪽지에는 프랑스 잡지사 테러를 계기로 등장한, 테러 희생자와 연대를 의미하는 구호 ‘나도 샤를리다’를 본떠 ‘나도 브뤼셀이다’(Je Suis Bruxells)라고 써 있다.
이 구호는 브뤼셀 어느 지역보다 몰렌베이크 주민들이 외치고 싶어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