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31 20:49
수정 : 2016.04.20 09:58
복지부 역학조사 중간발표
환자 8명중 4명 숨져…장기 사용자 손상위험 47배
확실한 인과관계는 못밝혀…3달간 추가조사키로
“당분간 사용자제”…매일 물통 헹구고 물 갈아야
지난봄 임산부들한테서 주로 발생했던 원인 미상의 폐 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일 수 있다는 정부의 중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폐질환은 지난 4~5월 40대 남성 1명과 출산 전후의 여성 7명이 비슷한 증상으로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널리 알려졌으며, 8명 가운데 4명은 숨졌고 폐 이식 수술을 받은 3명을 포함해 4명은 퇴원했다. 당시 정부와 관련 전문가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유행성 폐질환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원인은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임산부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원인 미상의 폐 손상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또는 세정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31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따라 국민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고 제조업체는 제품을 출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역학조사는 2004년부터 원인 미상의 폐 손상으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28명 가운데 연구 참여에 동의한 18명과 이 병원의 호흡기내과, 알레르기내과에 입원한 적이 있는 환자와 산부인과에 입원한 산모 12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평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에게서 원인 미상의 폐 손상이 생길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7.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견줘 폐암에 걸릴 위험이 10배 높은 점에 비춰볼 때, 상관관계가 매우 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폐 손상 환자들은 평균 3~4년 동안 해마다 넉달가량 가습기를 이용하면서 물을 교체할 때마다 이 살균제를 첨가했으며, 한달 평균 1병 정도의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폐 세포에 해당 제품을 직접 노출시키는 예비독성시험 결과에서도 폐 세포가 손상된 사실을 확인했다.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출산 전후의 여성에게 집중적으로 폐 손상이 나타난 이유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출산 전후의 여성들이 위생에 민감해 가습기 살균제를 많이 사용하고, 다른 사람들에 견줘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살균제에 오래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임신하게 되면 평소보다 호흡량이 30%가량 늘어나는데, 이 때문에 폐로 흡입되는 양이 더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이 살균제 성분은 화장품·샴푸·물티슈 등에도 쓰이지만 이들 제품은 관련 법령에 따라 안전성 확인 등의 절차가 마련돼 있으며, 폐로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폐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살균제를 쓰지 않고 가습기의 세균 감염을 막으려면 하루에 한 번 물통에 물을 20%가량 넣고 충분히 흔들어 2번 이상 헹군 다음 물을 넣고, 하루가 지난 물은 새 물로 바꿔줘야 한다. 또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물통 등을 중성세제로 세척해야 한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중간 조사에서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은 만큼, 앞으로 석달가량 추가 조사를 벌여 인과관계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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