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26 20:17
수정 : 2016.04.2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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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될 당시 옥시 대표이사를 지낸 신현우씨가 26일 오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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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주문대로 만들어
사라는 대로 원료 구입”
유독성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 100명 넘는 사망자를 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제품 제조 때부터 위험성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제조사 쪽의 증언이 나왔다. 인체 유해성을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해 온 옥시 쪽 주장과 배치된다.
옥시에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납품하는 ㅎ화학 대표는 2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옥시가 당시 원료를 직접 구매한 당사자니까 옥시는 (위험성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오이엠 업체이기 때문에 원료 선택권도 없고, 주문자가 어디에서 뭘 사라고 하면 그대로 샀다. 이런 내용을 다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말했다.
당시 옥시는 ㅎ화학에 에스케이(SK)케미칼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를 구입할 것을 주문했다. 옥시는 200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을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의 70%(103명)가 이 원료가 들어간 ‘옥시싹싹 NEW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 ㅎ화학 관계자는 “당시 옥시는 이 원료를 몇 퍼센트의 비율로 다른 원료와 섞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말했다.
ㅎ화학 쪽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위험성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ㅎ화학 관계자는 “에스케이가 아니라 중간업체를 통해 원료를 납품받았다. 우리는 위험성 등에 대해 전혀 듣지 못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제조와 관련해 ㅎ화학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옥시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을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에스케이 쪽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에스케이 쪽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을 공급만 했을 뿐 어떻게 쓰이는지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또 이 원료를 코로 마시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적어 제조사 쪽에 건넸다고 주장했지만, 옥시 쪽은 관련 자료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에스케이 쪽은 <한겨레>와 만나 “옥시가 우리 거래처가 아니었다”면서도 옥시 쪽이 2001년 처음 살균제를 만들 때 서로 논의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주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는 이날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신 전 대표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 여부를 사전에 몰랐다”고 주장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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