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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02 19:05 수정 : 2016.05.02 21:25

피해자모임, 옥시 사과 거부
본사 이사회 8명 살인죄 고발

“파렴치한 살인기업 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겠습니다.”

지난 5년간 정부가 나서지 않을 때부터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와 지난한 싸움을 벌여왔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2일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쪽의 사과를 단호히 거부했다. ‘영국 본사 차원에서 분명히 책임을 인정’한 게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옥시의 사과를 “불매운동 확산에 겁이 나서 쇼를 하는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최승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연대’ 대표는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 ‘명백한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원인 미상 폐질환을 앓은 산모들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2011년 8월 말, 피해자들의 손을 먼저 잡은 것은 정부가 아니라 환경보건시민센터였다. 그해 9월, 환경보건시민단체는 병원 한 곳에 있던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질본의 (원인) 조사가 지나치게 좁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후 가피모와 함께 피해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옥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2012년 1월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이기도 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몸담고 있던 학회 차원에서 조사 연구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연구 용역을 받아 실태조사를 하면 너무 늦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해 6월 발표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노출실태와 건강영향 조사’는 이어진 각종 조사와 후속 연구의 초석이 됐다.

백 교수와 가습기 피해자 가족인 김덕종(40)·맹창수(50)씨 등은 지난해 5월 영국에 있는 옥시 본사를 직접 찾아 ‘항의 시위’를 벌였으나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119 구급대원인 김씨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아들을 잃은 일은 당시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보도되기도 했다. 맹씨는 “처음 이틀은 옥시 쪽에서 상대도 안 해줬다. 이후 세 차례 만났지만 줄곧 인간적으로는 미안하다면서도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오늘 기자회견의 사과도 몇 가지 문구만 다를 뿐 그때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 라케시 카푸르 등 이사회 구성원 8명 전원을 살인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는 2001년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하기 전인 2000년 10월 처음 제조돼 영국 본사에 제조 관련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면서도 “가능성을 닫은 것은 아니고, 수사 과정에서 본사의 책임이 나오면 언제든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이재욱 서영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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