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오른쪽)가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계획을 발표하던 중 단상 위로 올라와 항의하는 살균제 피해자 가족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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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달 한국법인 대표 회견
“책임 통감, 100억 보상금”
민감한 질문엔 즉답 피해
유족들 단상 올라 거센 항의
사망자 103명을 비롯해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가 2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처음 문제가 불거진 지 5년이나 지나서야 나온 ‘늑장 사과’는 피해자들을 전혀 위로하지 못했다.
영국계 글로벌 생활용품기업 레킷벤키저의 국내 법인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아타 사프달 대표이사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사프달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 피해를 입은 모든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 자사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점, 또한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여러 차례 머리를 숙였다.
사프달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이 확실시돼 질병관리본부 및 환경부로부터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이들을 대상으로 조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7월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고, 피해자 의견을 반영해 보상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옥시 제품뿐만 아니라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 여러 회사 제품을 함께 사용하다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는 데 다른 제조·판매사들도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옥시는 1·2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 여러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 총 100억원의 ‘인도적 기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언론의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은 옥시는 이날 처음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사프달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증거인멸을 위해 독성실험 결과를 은폐하거나 왜곡했는지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부인하거나 즉답을 피했다.
유족들은 기자회견 도중 단상에 올라 거세게 항의했다. 피해자들은 사프달 대표를 향해 “너무 늦었다. 너는 살인자다. 너는 자식이 없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으로 첫돌을 갓 지난 아들을 잃은 최승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연대 대표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마이크를 잡고 “지난 5년 동안 사과 요구를 외면하다 이제야 내놓은 형식적 사과를 거부한다. ‘사회악’ 옥시레킷벤키저는 대한민국에서 자진 철수하고 폐업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영국 옥시 본사를 찾아 항의시위를 벌였던 피해자 가족 김덕종씨는 “이번 사과는 영국 법인의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신재 박수지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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