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해성 보고서 은폐의혹 ‘김앤장’ 경위 파악”

사실 확인땐 변호사업 위반
신현우 전 옥시대표 재소환 조사

옥시와 옥시의 법률대리인 김앤장이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폐한 의혹(8일치 1면 참조)에 대해 검찰이 조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9일 “옥시 본사가 김앤장의 자문을 받아 실험보고서를 조작,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위를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조아무개 교수는 “김앤장과 옥시 본사가 2011년 무렵 가습기 살균제 독성이 확인된 실험 결과를 알고도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과를 조작,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옥시로부터 연구용역비 외에 자문료 명목으로 1200만원을 받고, 옥시의 주문대로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조 교수의 주장대로 김앤장이 옥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보고서를 조작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인체에 위험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변호사가 실험 결과를 바꾸는 데 적극 가담했다면 충분히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변호사가 의뢰인이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얘기하도록 하는 것은 법조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를 재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2000년 10월 제품 제조·판매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신 전 대표는 당시 실무진으로부터 독성실험 필요성을 보고받고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해 가장 많은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가습기 살균제 출시와 관련해 신 전 대표가 사실상 의사결정을 한 최종 책임자로 보고 있다. 이 때는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하기 전이다.

다만 검찰은 제품 판매 뒤 소비자들의 부작용 호소가 이어지는데도 옥시가 이를 계속 판매했다면 영국 본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본사도 책임이 없는지는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필요하면 외국인 임원들도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