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15 19:16
수정 : 2016.05.15 20:50
가습기 살균제 수사
2013년 7월 김아무개 변리사
조 교수팀과 4차례 이상 전자우편
“독성 발생 않았음을 보여주는게 목표”
“의뢰인이 실험계획서 학수고대”
검찰 “의혹 들여다볼 예정”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실험 결과를 옥시에 유리하게 짜깁기해 검찰에 제출했다는 의혹(<한겨레> 5월9일치 1면)을 받고 있는 옥시의 법률대리인 김앤장이 추가 독성실험을 서울대 연구팀에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앤장이 독성실험에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15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대 조아무개 교수와 김앤장 사이에 오간 전자우편과 검찰의 설명 등을 종합해보면, 2013년 7월 김앤장의 김아무개 변리사는 조 교수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분자생물학 실험’을 제안했다. 이는 2011년 10~12월 조 교수가 옥시의 의뢰로 진행했던 생식 및 흡입 독성실험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독성 여부만 따지는 게 아니라 디엔에이(DNA)까지 들여다보는 실험이다. 김 변리사는 전자우편에서 “실제 소비자들이 노출된 환경과 좀 더 유사한 환경에서 정확한 농도 측정 방법을 사용해 독성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메일은 김앤장이 “실험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한 해명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앤장은 추가 실험과 관련해 조 교수 팀과 적어도 4~5차례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실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 제안했다. 김앤장에서 이 연구에 관여한 변호사는 의사 출신 변호사를 포함해 5명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은 실험 비용 및 시간을 고려해 4주 독성실험은 생략하고 13주 실험만 진행해달라고 했다. 또 “의뢰인(옥시)이 실험계획서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실험계획서를 빨리 보충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서울대 연구팀이 거부해 결국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은 김앤장이 실험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김앤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 교수와 최아무개 옥시 선임연구원을 상대로 언론에서 제기되는 김앤장 관련 의혹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 과정에서 김앤장이 옥시에 불리한 내용을 보고서에서 빼도록 하는 등 결과를 조작하는 데 적극 가담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증거인멸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가습기 살균제 민사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옥시 쪽) 공방이 있으니까 추가적인 실험이 가능한지 논의가 있었던 것이다”고 했다.
옥시가 서울대 연구팀의 최종보고서가 나온 직후 조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불리한 보고서 문구까지 빼달라고 요구한 정황도 새롭게 드러났다. 옥시의 최아무개 선임연구원은 2012년 4월18일 흡입독성 결과보고서가 나오자 조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혈액, 혈청학적으로 정상 범위를 벗어났으나’라고 적힌 부분이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빼달라고 요구했다. 최 연구원을 비롯해 신현우 옥시 전 대표와 김아무개 전 연구소장 등 옥시 제품·생산에 관여한 핵심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날 옥시와 같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만든 용마산업 김아무개 대표를 16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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