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제외’ 애경 제품 추가 유독물질 확인, 피해 입증 길 열리나

민변 송기호 변호사 질병관리본부에서 확인
과거 논문에도 폐 섬유화 잠재위험 지적돼
“정부 DDAC 흡입독성실험 시행해야” 목소리

검찰 수사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애경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한 DDAC(제4급 암모늄클로라이드)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27일 처음으로 확인됐다. DDAC는 폐섬유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가 있었던 물질이라, 정부의 흡입독성실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질병관리본부에 애경 가습기 살균제(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 성분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CMIT·MIT 말고도 추가로 DDAC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송 변호사 쪽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의뢰한 결과라고 밝히며, 2011년 2월 제조된 가습기메이트에 CMIT와 DDAC가 ‘검출’됐다고 회신했다. 2012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해 관보로 고시한 DDAC는 섬유탈취제 페브리즈에 포함돼 위해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작성한 논문은 “에어로졸 스프레이 형태로 널리 사용되는 살균제는 폐가 일차적 표적장기로 폐섬유화 등을 일으키며 흡입에 의한 건강장해의 잠재위험이 크다”고 적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나 롯데마트의 제품과 달리 애경 가습기 살균제는 포함된 성분(CMIT·MIT)과 폐섬유화 등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망자 54명을 포함해 380여명으로 추정되는 애경 제품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는 물론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빠져 있었다.

알려진 CMIT·MIT 성분 이외에 DDAC가 추가로 확인된 것에 대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번 기회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구아니딘 계열 성분(PHMG)보다 페브리즈 등 광범위하게 쓰인 DDAC에 대해 호흡기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흡입독성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등은 DDAC도 애경 가습기 살균제 성분 중 하나였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추가 실험 등으로 수사 대상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에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C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애경, 에스케이(SK)케미칼과 이마트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수지 기자 [e-mail]